검찰 내부망에 마지막 사직 글…"성급한 일반화 오류 우려"
후배에 독선(獨善)·독점(獨占)·독설(毒舌) 3가지 근신 전해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오인서(55·사법연수원 23기)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사직의 글에서 "추가 검찰개혁을 거론하는 현시점에서 처방에 교각살우하는 요소가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글을 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오인서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지난 3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03.08 mironj19@newspim.com |
오 고검장은 "어느 선배님이 '검사는 책상에서 복을 짓는 직업'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난다"며 "억울한 이의 원을 풀어주고 잘못한 이에게 하방한 벌을 구하는 역할의 중요성과 가치를 언급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나 보면 복과 화가 종잇장의 앞·뒷면 만큼이나 가깝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선업이 아니라 악업을 쌓아 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묻기도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검찰을 보는 시각과 진단도 백인백색이고 개혁 방향과 내용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다. 칭찬과 비난이 손바닥 뒤집듯 한다"며 "과거의 업무상 잘못과 일탈, 시대에 뒤떨어진 법제와 조직문화 등을 개선하는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느냐"고 토로했다.
다만 "불완전함과 비효율성을 내포한 채 시행 중인 수사 구조 개편 법령에 이어 일각에서 추가 개혁을 거론하는 현시점에서도 내부 진단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처방에 교각살우하는 요소는 없는지 살피고 또 살펴봐 주기를 바랄 뿐이다"고 당부했다.
그는 "검찰이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걸맞으면서도 제도 본연의 역할을 바르고 반듯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완성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전했다.
또 "사단과 라인은 실체가 불분명한 분열의 용어다. 안팎의 편 가르기는 냉소와 분노, 무기력을 초래할 뿐"이라며 "검찰이란 이름으로 합심해서 일하고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고 격려하며 고통과 보람을 함께 나누는 동료애가 더욱 두터워 지기를 염원한다"고 덧붙였다.
오 고검장은 마지막으로 후배 검사들에게 독선(獨善)·독점(獨占)·독설(毒舌) 등 3가지 근신을 강조했다. 그는 "말과 글이 부딪히고 불신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이 세태에 외람되지만 저를 포함해 모두가 되새기면 좋겠다는 마음이다"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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