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긍 가능해서 한 것…임성근 개입 사실 몰라"
재판부, 내달 21일 2심 절차 종결 예정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2015년 이른바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 제기 기사로 재판에 넘겨진 가토 다쓰야 사건의 주심판사가 법정에서 "재판장 지시대로 했지만 내 의사에 반하는 판결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부장판사)는 2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전 부산고법 판사에 대한 항소심 5차 공판을 열고 가토 다쓰야 사건의 1심 주심 임모 판사를 증인 신문했다.
가토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그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질책'을 하고, 3시간 동안 일어선 상태에서 선고를 듣게 했다. 검찰은 2018년 '사법농단' 수사를 하면서 이 배경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었던 임 전 부장판사를 통해 재판부에 해당 보도가 허위라는 중간 판단을 내려달라거나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질책하는 내용 등을 담아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탄핵 소추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공판은 지난 1월 7일 공판이 열린 후 3개월여 만이며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부 구성원이 변경된 이후 처음이다. 2021.04.20 dlsgur9757@newspim.com |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임 판사는 "부장님이 그렇게 해달라고 한 것은 맞는데, 그게 내 의사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임 판사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15년 5월 판결문 초고를 작성해 같은 해 8월 재판장인 이모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넘겼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무죄 의견은 같았지만 논리는 달랐다. 임 판사는 비방 목적이 없어 무죄라고 본 반면 이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공적인물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는 것이다.
임 판사는 "이 사건은 사실관계가 아니라 판단이 문제가 되는 사건인데, 이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같은 결론을 내도 그 과정에서 세세한 의견이 다 일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는 부장님이 그 논리로 쓰는 게 좋겠다고 했을 때 저로서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거였고 그래서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지시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이 사건 재판을 하면서 제반사정을 알게 됐지만 그 당시에는 몰랐다. 피고인인 임 전 부장판사의 의중이 전달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최종 판결문은 임 판사가 썼던 초고 내용대로 다시 수정됐다. 이와 관련해 임 판사는 "부장님이 그렇게 하라는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고, 그냥 요청만 했다. 저는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부장님이 왜 저에게 판결문에 질책하는 내용을 넣으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고,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저는 그걸 넣는 게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변호인 반대신문에서도 "지금도 판결문의 논리적인 구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장인 이 판사는 임 전 부장판사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요청을 받고 판결을 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재판부는 내달 21일 검찰과 변호인 측의 최종 의견을 듣고 재판 절차를 종결할 예정이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