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석 지음, 상상인 펴냄
[서울= 뉴스핌] 박승윤 기자= '동네 한 바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탤런트 김영철씨가 동네를 구석구석 다니며 노포와 명소를 소개하고 서민들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이 방송을 연상시키는 시집이 발간됐다.
전장석 시인의 첫 시집 <서울, 딜쿠샤>(상상인 刊)이다. 서울 시내를 누비며 각 지역이 품고 있는 사연과 내력과 서정을 끄집어내 시어로 풀어냈다. 시집에 수록된 시 68편은 모두 서울의 구체적인 지명과 장소를 소재로 했다.
시인은 '손이 아니라 발로 더듬거린 어떤 거처에 대한 독백'이라고 말하는데, 발품을 파는데 머물지 않는다.
'45도 독주라야 구도가 가늠되는 일/ 취기가 밧줄을 타고 올라오고/ 뜨거운 만두에 벗겨진 낡은 입천장처럼/ 매번 반성하는 삶'(시 '을지로 오구반점'중)
'간식용 칠리소시지케밥을 들고/ 이슬람사원을 향해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노변 카페에 앉아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방의 피를 수혈하는 일/ 성전을 앞둔 용사의 마지막 결의처럼/ 붉은 칵테일 잔을 높이 들어올리면/ 새벽은 이슬의 잔으로 회석될까'(시 '이태원 약사' 중)
풍경 속에 있는 사람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가슴속 감정의 내밀한 것을 드러내 거기에 맞춤한 이야기를 덧대어줌으로써 삶을 위무하는 따뜻함이 배어있다.
시집 '서울, 딜쿠샤' 표지.. 전장석 지음/ 상상인 펴냄 |
등단 후 8년간 서울 동네에 사는 서민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작업을 공들여 한 끝에 시집으로 묶어냈다.
장이지 시인은 이 시집에 대해 "발로만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도 쓰고 있으며, 육감을 다 써서 쓴다"며 "겉으로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의 삶을 그들의 장소와 더불어 하나의 위대한 문학으로 추존한다"고 말한다.
제목의 '딜쿠샤'는 서울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서양식주택의 이름. 힌두어로 '이상향' 또는 '행복한 마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삭막하게 다가오는 도시 서울을 행복과 따스함이 가득한 골목 여행을 통해 새롭게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시집이다.
경제지의 편집기자로 재직중인 전장석 시인은 2011년 '시에'로 등단했으며, 2019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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