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국세청 출신 인사 앉힌 국토부·LH
부족한 시간·공공 불신...업무 추진 차질 우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공석으로 남아있던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장에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출신 인사가 내정되며 전문성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김현준 신임 LH 사장이 각각 업무조정 및 소통과 조직 쇄신 능력을 갖춰 각 기관 수장으로 적임자라는 입장이다.
관련 분야 참모들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비전문가 수장이 선임돼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빠르고 정확한 판단과 상황 파악이 필요한 업무 특성상 수장의 전문성이 떨어질 경우 해당 기관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비전문가 출신 수장 선임된 국토부·LH
28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비전문가 출신으로 국토부와 LH 신임 수장을 선임하면서 그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예산·재정·공공정책 분야를 맡았으며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분야 업무를 맡은 적은 없다.
노 후보자는 국무조정실장으로 국정 업무 조율하고 관계부처와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국토부는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와 보유세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부처인 기재부와 협의가 필요한 만큼 노 후보자의 인선은 이를 고려한 조치라는 의견도 나온다.
(왼쪽부터)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김현준 신임 LH 사장 [자료=뉴스핌DB] |
김현준 LH 사장은 LH가 출범한 이후 부동산 관련 분야가 아닌 외부 인사로 첫 사장직에 오른 사례가 됐다. 김 사장은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기도 했고 2019년부터 1년간 국세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거대 조직을 운영한 경험과 감찰과 인사 검증 및 세정분야 경험이 있어 LH 조직쇄신 업무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LH 혁신위원회'와 실무전담조직인 'LH 혁신추진단' 설치 계획과 함께 환골탈태 의지를 보이며 조직 쇄신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H 내부에서는 김 신임사장 취임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장기간 사장 부재 상태인데다 직원들의 땅투기 사건으로 국민적 비난을 받으며 직원들이 불안과 사기 저하를 겪어왔는데 신임 사장 취임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LH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의 땅투기 사건과 사장직의 장기 부재로 내부 동요가 있고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상태"였다며 "신임 사장 취임으로 직원들 내에서는 조직 안정과 함께 내부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문성·추진능력 요구되는 국토부·LH...원활한 정책 추진 의문
신임 수장들이 갖춘 장점에도 부동산 뿐 아니라 세금·개발 업무 등 복합적인 전문성을 요구하는 국토부와 LH의 업무 특성상 신임 수장들이 원활히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제기된다.
현 정부의 임기말인데다 25번의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을 잡지 못하고 LH 사태가 발생하며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이다.
게다가 신임 국토부 장관은 내년 3월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만큼 사실상 임기 1년짜리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정책 추진보다는 기존 정부 정책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정책 수립 뿐 아니라 기존 정책들의 원활한 추진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와 LH는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인만큼 업무 추진능력이 중요한데 전문성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을 비전문가 수장들이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전문가 수장들이 높은 정책 이해도를 갖고 관계기관과의 조율을 잘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면서 "특히 3기 신도시 등 공급대책 추진에 있어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의가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LH 수장들이 부족한 전문성으로 인해 정책 판단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4 공급대책 이후 지속적인 주택 공급 신호를 주면서 집값 상승폭을 누그러뜨려왔다. 신임 수장들이 정책에 대한 이해도나 업무 전문성이 떨어져 필요한 대책을 제때 추진하지 못해 공급 불안이 야기되면 이에 반응해 집값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국토부와 LH에서 우선시 될 수 밖에 업무는 주택 공급과 집값 안정인데 이들 분야는 오랜 노하우 축적이 필요하다"며 "판단하고 결정하는 직위에 있는 수장들이 참모들의 뒷받침을 받는다해도 적합한 결정을 내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