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산업 급팽창, 올해 택배 950억건 전망
400만 명 택배기사 도시 경제 활력 주역
노동 권익 및 처우 열악 문제 지적 이어져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2001년 상영된 중국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영화 '베이징 자전거(북경 자전거)'는 농민공 자전거 택배기사가 겪는 도시생활의 애환을 주제로 하고 있다. 열심히 저축해 마련한 자전거는 청년 택배기사에게 목숨 처럼 소중한 생계 수단이다.
지금과 달리 당시 택배업은 우체국 업무를 보조하는 정도로 문서나 간단한 물건을 전달하는 심부름 기능과 같은 서비스였다. 전자상거래가 막 싹을 틔우려고 날개짓을 할때였지만 택배 산업 규모가 지금 처럼 팽창할지 마윈을 포함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요즘 중국 주요 도시에서 주택가 길거리나 아파트 단지안을 걷다보면 주위의 서너명 행인 중 한 명이 노란 옷(메이퇀 배달원)과 파란 옷(알리바바 어러머 배달원) 을 입은 배송 회사 배달원일 정도로 택배기사가 넘쳐난다. 택배 수요는 나날이 늘어나고 전국 택배 기사 수는 약 4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택배 서비스가 아니면 소비경제가 당장이라도 올스톱될 것 같은 상황이다.
소매시장이 전자상거래 위주로 재편되면서 택배산업은 주민 소비생활과 나라 전체 경제 활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여겨지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공장과 가정, 상점 식당과 아파트를 실핏줄 처럼 연결하면서 도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 국가 우정국에 따르면 중국 택배 우편 산업 총 규모는 2015년 4039억 위안에서 13.5 계획 기간(2016년~2020년) 말 기준 1조 1000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중국의 전국 택배량은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년 전 영화 '베이징 자전거' 속의 청년 택배기사는 600위안 짜리 자전거로 블과 하루 몇건을 배송하는데 그쳤다. 지금 택배 기사들은 대당 5000위안 안팎에 달하는 전동 오토바이를 이용해 한달에 1만 건이 넘는 물건을 배송하고 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베이징 시내 사거리애서 최근 한 택배기사가 주행중인 자동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1.04.23 chk@newspim.com |
13.5계획 기간 5년 동안 택배 배송 산업은 매년 22% 성장세를 보였으며 총액 규모로는 약 7000억 위안 증가했다. 13.5계획 직전인 2015년 전국 택배량은 206억 7000만 건이었으나 2021년에 는 단 3개월 만에 이미 이 수치를 초과했다. 국가 우정국은 2021년 한해 전체적으로 전국 택배량이 950억 건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규모면에서 택배산업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맞았다. 영화 '베이징 자전거' 시절 농민공 택배기사 월급은 수백위안에 그쳤다. 몇달 동안 돈을 모아야 사업 밑천인 자전거 한대를 장만할 수 있었다. 지금 '베이징 오토바이' 택배기사 수입은 수천위안까지 높아졌지만 그들의 삶은 20년전 왕샤오슈 감독이 영화 '베이징 자전거'에서 묘사한 농민공들의 처지와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인다.
중국 국가 우정국 통계에 따르면 2010년~2020년 10년간 택배 주문 단가는 24.6위안에서 10.55위안으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 매체 베이징상바오는 우정 당국의 통계를 인용, 50% 이상의 택배기사 월 수입이 5000 위안에 미달한다고 밝혔다. 월 수입이 1만 위안을 넘는 택배기사 비중은 1.3%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환경과 노동 강도로 볼 때 중국 고용시장에서 택배기사는 취약 직업군에 속한다. 나라 경제가 아무리 발전해도 양질의 고용이 뒷바침 되지 않으면 체제 안정성면에서 사상누각이다. 빈부 계층차와 함께 나라만 부자이고 백성은 가난한 '국부민총(國富民窮)'의 상황을 심화시킨다.
중국 신경제가 양질의 고용 창출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 조명되면서 인터넷 기업을 대하는 시각도 냉냉해졌다. 중국 당국이 최근 인터넷 기업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영화 '베이징 자전거'가 상영됐던 2001년에 비해 중국경제는 질과 양적으로 몰라보게 변했으나 대표적 소외층인 농민공 택배기사들의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고 열악한 상황이다. 최근엔 인터넷 대기업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소식 까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정부 당국이 택배기사 등 신종 직업군 종사자들의 합법적 권익 개선에 관심을 쏟고 나선 가운데 '베이징 오토바이' 택배기사들의 처우가 얼마나 개선될지 주목된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