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9곳과 도봉구 7곳 등 총 21개 사업장 선정
1년 안에 토지주 3분의 2 동의 받아야 개발사업 확정
LH 직원 땅 투기의혹 확산 이후 공공주도 이미지 추락
역세권·준공업개발 공공 주도로 진행... 신뢰 회복이 관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의 1차 후보지가 공개됐지만 정상궤도에 안착하기까지 상당한 난관이 예고되고 있다.
토지주의 동의율(소유자 3분의 2) 확보가 가장 큰 과제다. 이번 후보지 선정에는 동의율 조건이 없다. 국토교통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추천을 받아 일단 후보지로 결정한 뒤 동의율을 채워나가는 구조다. 역세권과 저층주거지 고밀개발 사업지에선 여전히 자체 개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혐의로 공공기간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도 부담이다. 이 사업은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소유권을 넘겨받아 진행하는 정비사업이다. 땅 투기 논란의 확산 여부에 따라 공공주도 정비사업에 등을 돌리는 토지주가 늘어날 수 있다.
◆ 공직자 땅 투기 확산에 LH·SH 신뢰 추락 부담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날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1차 후보지로 은평구와 금천구 등 21곳을 선정했지만 공공주도 정비사업이 현실화될지 미지수란 반응이 우세하다.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서울 도심에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설계됐다. '2·4 공급대책'에 신도시 지정과 함께 주택공급 확대에 핵심 정책인 셈이다. 개발 유형은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25년까지 수도권에 총 19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중 2만5200가구 공급이 가능한 1차 후보지를 가렸다.
문제는 토지주의 동의율 확보다. 1차 후보지는 지방자치단체와 땅 소유자가 직접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신청한 사업지 중 국토부와 서울시가 입지, 사업성을 따져 결정했다. 후보지 신청을 위한 사전 동의율 조건은 없었다.
사업장 대표성이 있는 추진위원장이나 주민 대표가 사업 참여를 신청할 수 있다. 소유자들과 사전 논의는 있었겠지만 공공주도 사업에 참여할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
사업 일정상 오는 8월까지는 동의율 10%를 확보해 예정지구로 지정돼야 한다. 예정지구 지정 후 1년 안에 토지주 3분의 2(면적기준 2분의 1) 이상 동의가 있어야 사업이 확정된다. 기간 내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이 자동 취소된다.
LH를 비롯한 공직자 땅 투기 의혹 이후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도 동의율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사업의 빠른 진행을 위해 소유권을 공공기관이 넘겨받는다. 정비사업 진행 중에 토지주의 의견이나 요청이 수용되지 않을 공산이 큰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전 공감대를 넘어 공공기관과 토지주 간 신뢰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로선 동의율 확보를 확신하기 어렵다.
역세권 개발사업 후보지로 지정된 영등포역 주변 한 토지 소유주는 "이 지역은 2014년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된 뒤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했고 주변 기반시설이 노후화돼 공공주도 정비사업으로라도 개발하자는 의견이 전체 소유자의 절반 정도는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LH 직원 등의 땅 투기 의혹 이후 공공기관에 소유권을 넘길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져 사업 진행을 위한 동의율 3분의 2 확보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1차 후보지가 결정됐지만 토지주 3분의 2의 동의를 끌어내는지가 관건"이라며 "공공기관 직원의 땅 투기 사태로 공공주도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국토부 "자체개발 어렵고 공공주도 사업에 의지 높아" 자신
그럼에도 국토부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자신하고 있다. 후보지를 선정할 때 토지주 동의율을 확보하진 않았지만 사업참여 의지도 상당부분 반영했다는 것이다. 주민 반대가 심한 사업장은 후보지에서 아예 제외했다.
이들 사업장은 대부분 정비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할 동력이 약한 것도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에 참여할 공산이 큰 이유로 해석하고 있다. 사업비 부담과 토지주 간 의견 불일치 등으로 해결하려면 공공주도 사업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시각이다.
사업 인센티브에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민간이 직접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와 비교해 수익성을 최대 30%p 높여줄 방침이다. 용적률 상향 조정과 높이기준 완화 등으로 사업성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또 도시·건축규제 완화 등 정비사업에 필요한 인허가를 우선 처리해 사업 속도를 단축하다. 정비사업이 장기간 지체된 사업장에는 매력적인 혜택일 수 있다.
1차로 선정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는 은평구가 9곳이고 도봉구 7곳, 영등포 4곳, 금천구 1곳이다. 사업 참여를 신청한 341곳 중 선별한 것이다. 이후에도 정부는 연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후보지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에서 토지주 동의율 확보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사전컨설팅과 대화로 지속적으로 찬성 의견을 높여나갈 계획"이라며 "1차 후보지 대부분이 노후도가 심하고 개발 의지가 높아 연내 정비계획 변경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