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급여 및 장의비 미지급 처분 취소하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과중한 업무와 입주민으로부터 폭언 등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 경비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7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사망한 경비원 A씨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사건에서 이같은 공단 처분을 취소하라고 22일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정환 아파트 입주민이 작년 6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보호 및 권리구제 종합대책' 기자설명회에서 상생과 배려를 통해 경비원 감축을 막아낸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2020.06.24 dlsgur9757@newspim.com |
A씨는 경북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중 의식을 잃은 채 경비실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이에 A씨 유족 측은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요구했으나 공단은 업무적 요인이 아닌 개인적 위험요인에 따라 A씨가 사망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A씨 유족 측은 이같은 공단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사망 원인이 과중한 업무와 폭언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에 있다고 보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당시 관리소장의 퇴직으로 관리소장이 담당하던 업무 중 상당부분을 추가로 부담하고 아파트 내 주차장의 이중 주차 문제 등으로 입주민에게 폭언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아파트 내 제초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주차된 차에 돌이 튈 염려가 있어 기계가 아닌 호미를 사용해 쪼그려 앉아 작업을 하거나 방역작업도 도맡았다.
법원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A씨가 평소 건강문제를 호소한 바 없고 심혈관계 질환을 이유로 치료를 받은 자료도 보이지 않는다"며 "2009년 2월부터 동일한 아파트에서 근무, 약 9년 넘게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던 A씨가 관리소장 퇴직에 따라 업무가 추가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입주민과 주차 갈등을 겪은 후 사망한 것에는 직무 과중,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며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해야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미뤄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도 증명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기존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어 "이는 평소 정상적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 과중 등이 원인이 돼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된다고 볼 수 있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 유무는 당시 근로자의 건강 상태와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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