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지난해 8월 부군인 임성기 회장이 타계한 후 한미약품그룹 회장에 취임한 송영숙 회장(1948~). 한미약품의 경영을 맡고 있는 2남1녀 자녀들을 이끌며 거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송 회장이 2월 17일 개인전을 개막했다.
지난 2018년 봄 'Meditation(명상)'이라는 타이틀로 서울 송파 위례성대로의 한미사진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던 송 회장은 3년만에 다시 신작들을 모아 전시회를 꾸몄다. 송 회장은 'Another… Meditation'이란 타이틀로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아트파크(대표 박규형)에서 오는 3월31일까지 사진전을 갖는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 송영숙 'Another...Meditaion2-1'2019. Archival pigment print 100x133cm [사진=아트파크] 2021.2.19 art29@newspim.com |
아시아 정상의 제약기업을 이끄는 기업인이자 사진미술관을 운영하는 관장이지만 송영숙은 "늘 작가임을 잊은 적이 없다. 기업인, 미술관장이기에 앞서 나는 사진가다."라고 말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한미약품그룹을 열정적으로 경영하고 있지만 '사진'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반짝이며 활기를 찾는 모습에서 천상 작가임을 알 수 있다.
송 회장은 이번 전시에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2년여간 촬영한 구름 사진을 출품했다. 'Another… Meditation'이란 제목의 사진들은 계절, 시간, 날씨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구름을 채집한 작업이다. '구름이 이토록 오묘하고, 천가지 만가지 표정을 지니고 있다'니 하는 찬사가 절로 들 정도로 송영숙의 사진들은 변화무쌍하고 찬란하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 송영숙 'Another...Meditaion18'2019. Archival pigment print 100x133cm [사진=아트파크] 2021.2.19 art29@newspim.com |
작가는 마치 자연의 한순간을 낚아채듯, 빠른 속도감으로 순간을 포착했다. 한강변을 지나다가 또는 잠시 짬을 낸 여행길에서 송영숙은 특유의 순발력과 감각으로 구름을 카메라에 담았다. 카메라가 없을 때는 휴대폰(아이폰)으로 대상을 포착했다. 이렇게 채집된 대상들은 별도의 보정 없이, 당시 그가 대면한 자연의 시각적 운율과 색상을 온전히 담고 있다.
제주도 바닷가에서 찍은 푸른빛의 사진 'Another…Meditation 2-1'(2019)은 한국 현대추상미술의 개척자인 수화 김환기 화백의 추상화를 연상시킨다. 김환기 화백이 푸른 점화를 그리기 전에 십자구도 또는 반추상화로 하늘과 구름을 그렸다면, 사진가 송영숙은 카메라 렌즈에 분홍빛 석양과 구름, 섬 그림자를 담은 셈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김환기 송영숙 모두 자연에의 경외심을 느끼게 하면서, 고요히 명상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이다.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 앞에 모든 걸 내려놓고, 잠시 묵상하게 만드는 그런 작품인 것이다.
작가는 구름을 포착한 이유에 대해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의 근원적 풍경이자, 배경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구름은 늘 우리 주위에 말없이 둥실 떠있고, 우리를 에워싸고 있기에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번 송영숙 사진전을 기획한 박규형 아트파크 대표는 "구름은 우리들이 저마다 내면에 간직해온 수많은 개인적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다. 송영숙의 구름은 특히 그 이미지가 화려하고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 송영숙 'Another...Meditaion4' 2019. Archival pigment print 100x133cm [사진=아트파크] 2021.2.19 art29@newspim.com |
송영숙은 숨막히는 스케줄 사이로 시간을 쪼개서 작업한다. 그는 섬세한 감성과 남다른 상상력으로 빛과 그림자를 꾸준히 기록해왔다. 그 결과 시간의 흐름과 아름다움을 유려하게 우리 앞에 펼쳐보인다. 눈 앞의 일상을 새롭게 관조하게 하는 그의 이번 구름 연작은 흘러가는 시간도 잠시 멈춘 듯 깊고 고요하다. 감상자들은 저절로 옷깃을 여미고, 차분히 저마다 상념에 빠져들게 된다..
세계적인 사진가인 제리 율스만은 "송영숙의 작품을 마주하면 자연과 교감하면서 깊은 사색의 장으로 들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사진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광경을 담고 있다. 이 일상의 장면을 한 순간으로 대치해 사진 속에 붙잡아둠으로써 보는 이에게 자연이 가진 무한한 생명력을 전하는 것이다. 송영숙은 폭넓은 감성을 시적 이미지로 풀어내는 재능을 갖고 있는데 특히 'Meditation' 연작은 이미지 한장 한장이 저마다 힘을 지니고 있으며, 시리즈 전체를 한 맥락으로 읽어낼 때 미적 가치로 승화된다"고 평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 서울 삼청로에서 사진 개인전을 개막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사진=한미약품] 2021.2.19 art29@newspim.com |
사진가 송영숙은 숙명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했다. 사진동아리 '숙미회' 멤버로 사진에 입문했으며, 1969년 첫 전시 '남매전'을 필두로 출판문화회관, 공간화랑, 갤러리현대, 한미사진미술관, 정부청사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미술관, 학고재갤러리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해왔다.
아울러 한미사진미술관 관장으로 미술관을 아시아 최고의 사진전문 미술관으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슈발리에)을 수훈했고, 국무총리 표창, 문화관광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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