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지난달 외화예금 4개월만 감소 전환
3월부터 LCR 100% 상향에 자금 확보 필요성도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시중은행들이 연초부터 외화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거나 이벤트를 펼치면서 외화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들어 환율이 반등하자 사상 최대 규모까지 불어났던 외화예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정상화에 대비에 유동자금을 늘려야 한다는 위기감도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고객지정환율 자동해지 서비스를 탑재한 외화정기예금 출시해 3월 말까지 신규 가입자 유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31일까지 '썸데이 외화적금'을 신규 가입한 고객에게 행운의 2달러를 지급한다. NH농협은행은 외화선물하기 이벤트를 하고 IBK기업은행은 신규 외환거래 기업에 경품을 제공한다.
![]() |
(사진=한국은행) |
이처럼 은행들이 이달에 외화 예적금 상품과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는 건, 올해 들어 환율이 오르자 기업과 개인들이 갖고 있던 달러를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08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5일에 1120원대까지 오르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외화예금은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893억8000만달러로, 전월보다 48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그간 외화예금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저가 매수를 노린 달러 매입이 지속돼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외화예금은 4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특히 달러 예금이 761억6000만달러로 지난달 대비 38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상황에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한시적으로 LCR을 완화한 기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영향도 있다. LCR는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금융위기 등이 왔을 때 일시적으로 뭉칫돈이 빠져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규제다. 은행은 이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유동성 자산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말까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을 은행권이 충분히 할 수 있도록 LCR 규제 기준을 한시적으로 낮췄다. 외화 LCR는 80%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원화와 외화를 합한 통합 LCR는 100% 이상에서 85% 이상으로 낮아졌다.
![]() |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평균 LCR은 90.6%로 집계됐다. 당국이 한시적으로 완화한 비율인 85%보다는 높지만, 완화되기 전 최소 의무보유비율인 100%를 밑돈다. 국민은행의 LCR은 89.4%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았고 신한‧우리‧하나은행은 91% 수준을 나타냈다.
은행들이 현재 상황에서 원화 유동성 자산을 끌어오기는 쉽지 않다. 역대 최저로 낮아진 수신금리에 예적금에 가입하는 고객은 줄었고, 그마저 있던 고객도 주식시장 호황에 증권사로 자금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코로나19 관련 대출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워낙 낮아 특판 상품을 출시해도 큰 자금 유입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상반기 달러 약세 전망에 맞춰 외화 예적금을 확대해 외화유동성을 확보하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월 LCR 완화 연장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상향 대비도 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