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트렌드에 '영상' 소비 늘면서 수요 급증...공급 제한적
삼성전자 18년간 시장 1위...OLED 비중 확대로 지배력 커져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반도체 공급난이 자동차 분야를 넘어 디스플레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상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데다 신규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품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 '화면' 수요 늘자 DDI 품귀...공급은 부족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집적회로(DDI)' 공급 부족 현상은 올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DDI는 화면 구동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픽셀은 R(빨강)·G(초록)·B(파랑)로 구성되며 보여줄 이미지에 따라 중앙처리장치(CPU)가 특정 값의 농도를 출력하라고 명령하면 DDI가 이를 수행한다. 전기 신호를 빛 에너지로 변환한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TV, 모니터 등 영상 제품 소비가 늘면서 DDI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2021.02.10 sjh@newspim.com |
DDI는 화면이 클수록 탑재되는 개수가 많다. 스마트폰은 1개, 태블릿이나 TV는 대략 6개 이상이 필요하다. 대형 4K TV의 경우 최대 48개까지도 들어간다.
DDI가 부족한 것은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서다. 비대면 활동 증가와 함께 집콕 현상이 일상화 되면서 TV, 태블릿,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신제품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제품 소비가 확대된 반면 DDI 생산 규모가 이를 받쳐주지 못했다. 대형·고해상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도 DDI 부족 현상을 촉진시켰다.
DDI는 대개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에서 생산되는데 수요가 늘어난다 해도 팹을 갑자기 늘릴 수가 없어 찍어낼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생, 파운드리 팹이 포화상태에 이르다 보니 상황을 더 심화시켰다.
중대형 디스플레이에 탑재되는 DDI의 수요 대비 공급율은 2019년 3.3%에서 2020년 1.7%로 줄었다. 올해는 1.1%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대형·고해상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디스플레이 제조 업체들이 IT 패널에 대한 출하 목표를 공격적으로 설정하면서 올해 DDI 수요는 전년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품귀 현상 계속되다 보니 DDI 가격 크게도 크게 올랐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DDI 평균판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0.45달러 수준에 이르렀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면서 관련 반도체 주문량도 늘었는데 70~80%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데 올들어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스마트폰과 TV에 탑재되는 DDI. [사진=삼성전자] 2021.02.10 sjh@newspim.com |
◆ 삼성전자, 18년째 DDI 시장 1등
DDI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선두주자다. 1등은 삼성전자로 18년째 이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여년간 DDI를 생산하면서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DDI에서도 전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최근까지 LG그룹 계열사였던 실리콘웍스가 3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점유율은 분기에 따라 소폭 차이가 나는데,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26.8%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대만의 노바텍이 20.6%로 2위다. 실리콘웍스는 8.7%다.
국내 기업들이 선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전세계 스마트폰, TV 시장을 선두하고 있다는데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9%, TV 시장에서는 같은해 3분기 기준 33.1%의 점유율(금액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TV 시장 2위도 LG전자다. LG전자는 16.6%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의 고급 DDI는 저전력을 사용하면서 몰입형 시각적 경험을 위해 고해상도, 베젤없는 디스플레이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TV 디스플레이 시장 우위에 있다는 점 역시 톡톡한 역할을 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2위 업체인 애플 아이폰을 위한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전세계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유일한 TV용 OLED 생산 업체다.
OLED는 고성능 DDI를 요구한다. 액정표시장치(LCD)보다 OLED가 화질이나 기술 측면에서 우수해 더 높은 성능이 요구된다.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싸 국내 DDI 업체들이 선두를 차지하는데 유리하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LCD에서 OLED를 탑재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LCD 34%를 추월할 전망이다. 2019년에는 OLED가 31%, LCD가 40%였으나 지난해 OLED 33%, LCD 38%로 OLED 비중이 늘었다.
TV에서는 LCD보다 OLED에 더 많은 DDI가 들어간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따르면 65인치 TV 기준 OLED에서 필요한 DDI 사용량은 LCD보다 3배 많다.
또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네 대 중 한 대에는 삼성전자 DDI가 탑재된다. 특히 OLED 스마트폰 중에서는 95% 이상(2019년 기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실리콘웍스가 DDI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에 이어 완성품인 TV,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우위에 있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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