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장비 설치해 현역 군인 등 통화 13만건 감청 유죄"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현역 군인들의 통화내역 28만여 건을 불법감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옛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예비역 대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10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무사 대령 이모(53) 씨에 대해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법원의 실형 선고로 재판과정에서 보석으로 석방됐던 이 씨는 재구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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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특히 공소사실에 적시된 통화내역 및 문자메시지 수집 27만3286건 가운데 13만4356건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군 수사기관인 기무사가 공권력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감청장비를 도입, 국방부 등에 설치한 전파수집장치를 통해 주로 군인들인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감청한 것으로 이는 헌법상 보장된 통신비밀자유 및 개인 사생활 보호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비밀보호법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감청장비 제조 및 운용 등과 관련해 관련부처 장관 인가를 비롯한 여러 법적절차를 마련해뒀으나 기무사는 감청장비 도입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이런 절차를 지키기는커녕 적극적으로 감청장비 도입과 운용을 은닉하고 피고인은 이런 위법행위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범죄전력 없이 30년간 군에서 성실히 복무했다"며 "이미 추진되던 사업과 관련한 부서 보직에 따라 범죄행위에 가담하게 됐고 부서 과장에 불과했던 피고인이 기무사령관의 결재를 받아 이를 중지시키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고 양형 참작 사유를 설명했다.
또 "장비 특성상 민간인 포함 불특정 다수의 통화내용이 수집돼 감청이 이뤄졌으나 장비성능을 테스트한 시험 운용 정도에 그치고 성능 문제로 인해 제대로 통화정보가 녹음되지 않았으며 이들 정보를 활용하려던 시도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점, 기무사 내부 문제제기로 감청장비 설치 3개월 만에 스스로 운용을 중단하고 장비를 철거한 사정 등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기무사 과장으로 근무하던 2013∼2014년 군부대 인근에 휴대전화 감청 장비를 설치해 현역 군인들의 통화내용 28만건을 감청한 혐의를 받았다.
또 201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가 없이 감청장비 기술을 보유한 제조업체에 감청 장비를 제조해 달라고 시킨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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