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도 부착, 연 초 나쁜 기운 쫓기 위한 조선시대 세시 풍속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설 연휴 기간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기원을 위해 광화문에 금갑장군을 그린 문배도가 설치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소장 정영훈)는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경복궁 광화문에 금갑장군(황그빛 갑옷을 입은 장군)이 그려진 문배도를 부착한다고 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광화문 문배도 설치, 미국 의회도서관 소장 사진 [사진=문화재청] 2021.02.08 89hklee@newspim.com |
'문배'는 정월 초하루 궁궐 정문에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구하는 의미로 붙이는 풍속을 말하며 이때 붙이는 그림을 '문배도'라고 한다. 문배도의 제작은 도화서(그림 그리는 일을 관장하던 관청)에서 담당했으며 이러한 풍속은 조선 후기 이후 민간으로도 퍼져나갔다.
'문배'에 관한 기록은 그동안 조선 시대 문헌자료인 '열양세시기', '동국세시기'를 비롯해 조선 후기 행정법규와 관례 등을 정리한 '육전조례'에도 수록돼 있지만 그 도상의 실체에 대해서는 뚜렷이 확인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최응천)이 2015년 주미대한제국공사관(미국 워싱턴 D.C 소재) 복원·재현 과정 중 미국 의회도서관 이 소장한 경복궁 광화문 사진을 발굴함에 따라 광화문에 붙인 문배도의 구체적인 도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 사진에는 19세기 말 경복궁 광화문에 금갑장군이 그려진 문배도가 붙여져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안동 풍산류씨 하회마을 화경당 본가 소장 문배도 [사진=문화재청] 2021.02.08 89hklee@newspim.com |
이번 광화문 '문배도' 부착은 연초 액과 나쁜 기운을 쫓는다는 조선 시대 세시 풍속에서 착안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기획됐다. 이번에 부착하는 '문배도'는 도상의 일부만 남아 있는 미국 의회도서관 소정 경복궁 광화문 사진만으로는 재현이 어려운 한계가 있어서 자문회의를 거쳐 도상과 의장기물의 표현에서 왕실과의 연계성이 보이며 유일하게 완형이 남아있는 안동 풍산류씨 하회마을 화경당 본가 소장 유물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원래 광화문의 문배도는 종이로 제작해 광화문에 직접 부착해야 하나 제거 시 광화문의 훼손을 우려해 탈·부착이 편리한 현수막 형태로 부착된다. 설날 연휴 야간에도 조명을 비춰 다채로운 광화문이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추후 광화문 문배도에 대해서는 도상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한 추가적인 고증 연구를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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