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사전적발 시스템' 의무화 법안 발의
당국은 유형화 어렵고 비효율에 난색…'사후적발'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금융당국이 오는 3분기 중 공매도 거래에 대한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 증권사가 호가 제출시 입력한 차입공매도 관련 정보를 활용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장하는 공매도 사전적발 시스템이나 완전 전산화와는 차이가 있다.
2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 등이 오는 3분기 중 도입을 목표로 하는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은 사후적발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둔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021년 신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
증권사가 호가를 제출하면서 입력한 차입공매도 관련 정보를 이용해 불법공매도 의심거래나 불공정거래 관련 이상거래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우선 종목별로 실시간으로 공매도 호가와 투자주체, 거래량, 업틱룰 적용여부 등을 구분·표시하는 전산시스템을 우선 오는 2월 중에 개발한다. 이어 오는 3분기 중에 시장 전체의 공매도 규모, 공매도 상위 종목 등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후적발 시스템은 현재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에서는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매도 거래내역을 전산화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면서 당일 매수해 결제일(T+2일 16시)에 정상적으로 결제를 이행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소유하지 않은 주식의 선매도·후매수는 무차입공매도이기 때문에 불법이지만 이상거래로 포섭되기 어려워 적발되기 어렵다.
박용진 의원은 이와 같은 관행을 깨기 위해 증권사가 주식의 보유 여부를 확인한 뒤 매도 주문을 가능하도록 하는 자체 시스템을 갖추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공매도를 완전 전산화해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공매도를 할 때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다른 증권사에서 빌려서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때 전산으로 처리하는 대신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수기로 하는 관행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뒤늦게라도 주식을 메꾸면 되기 때문에 이때 불법 공매도를 하더라도 적발하는 것이 어렵다"며 "전산으로 체결이 되면 지금의 문제점이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박 의원실이 제안한 '사전적발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차입 공매도의 여러 예외사항을 유형화하기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당국에서는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2월 '불법공매도 절발 시스템 구축방안'을 발표하면서 "불법공매도를 사전에 적발·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한번에 구축하는 것은 거래효율과 관행 등을 감안했을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현 거래시스템 상 즉시 잔고에 반영할 수 없는 장외거래정보(유상증자, 주식배당 등)가 다수 존재해 실시간으로 정상거래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대신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를 통해 소유하지 않은 주식의 선매도·후매수 의심호가를 적출하는 기법을 개발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증권사에 잔고정보가 없는 투자자가 당일 동일 수량을 선매도·재매수한 경우 의심호가로 적출해 수탁증권사에서 1차적으로 자체점검하고, 거래소에서 2차적으로 추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점검 주기도 당초 6개월 단위에서 1개월로 대폭 축소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월 중에 1단계 모니터링 시스템이 개발 완료되면 감시요원들이 차입공매도의 투자주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감시할 수 있다"며 "이전에 비해 공매도 거래 감시 시스템이 대폭적으로 강화되는 것이므로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