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여성가족부가 각 부처를 대상으로 정부 홍보물에 성별 고정관념적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권고에 나섰다. 최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임산부 대상 홍보물에 시대착오적인 성차별 문구가 적혀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데 따른 것이다.
14일 여가부 관계자는 "성별영향평가법에 따라 정부 홍보물 등에 성별 고정관념적인 표현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이번 서울시의 논란으로 최근 한 번 더 협조 요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성별영향평가법은 주요 정책이나 기본계획 법령에 적용되는데 간혹 정부 홍보물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강제는 아니지만 성별영향평가와 관련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각 부처에 보냈다"며 "부처 공동지침을 국무조정실에서 협조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서울시는 임신출산정보센터에서 공개한 글 [사진=캡처] 2021.01.14 89hklee@newspim.com |
앞서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임산부 가이드라인에는 '요리에 서툰 남편을 위한 밑반찬 챙기기',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 와이셔츠 서랍에 잘 정리해 두기' 등의 내용을 담겨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내용은 2010년 복지부가 각 시도 보육정보센터 18개 홈페이지의 콘텐츠를 통합해 개설한 '아이사랑'의 글을 서울시가 2019년에 게재한 것이다. 10년 전 정서가 반영된 글에 임산부를 비롯해 다수의 여성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 글을 접한 이들은 "이거 만든 담당자는 징계 받아야 한다" "요리에 서툰 남편이라" "막달이라 숨 쉬는 것조차 힘든에 이거 보는 순간 너무 화가 났다" "임산부 가이드라인인데 임산부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서울시는 해당 글을 삭제하고 웹사이트 153개를 대상으로 성차별적 표현이 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용인시 한 보건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 2017년 만들어진 임산부 봉투에 새겨진 글귀가 문제로 떠올랐다. '스승님의 십년 가르치심은 어머니의 열 달 가르심만 못하고, 어머니의 열 달 가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고 적혀 있는데, 이를 접한 이들은 "임산부의 열달이 부성태교만 못하다는 내용이 불쾌하다"며 현 시대의 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태교의 역할을 아버지로 확장했다는 해석도 내놓지만 이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더 많아 보건소 측은 결국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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