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에 판사 출신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공수처는 내년 1월 출범하게 된다. 대통령 직속의 공수처는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대통령,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등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공수처의 중립성을 지키며 권력형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고, 또 공수처가 인권 친화적 반부패 수사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의 강변에도 불구, 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검찰의 무력화를 위한 설립 취지부터 그렇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중립적인 공수처장 선임을 위한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일방적으로 삭제한 의도는 물론이고, 대통령 직속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이 특별히 '조속한 출범'을 당부한 만큼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행정 절차는 속도를 낼 것이다. 공수처장이 인선되더라도 차장과 수사 검사 임명을 놓고 여야가 다시 부딪힐 공산이 크다. 강성인 친문(親文) 인사가 실권을 쥔 처장에 임명되고, 수사처 검사들도 정권 입맛에 맞는 민변 출신 등의 인사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게 충분히 예견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살아있는 권력의 불법과 범죄에 대한 수사는 물건너 갈 것이 뻔하다. 문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며 치켜세운 윤석열 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울산시장 불법선거 등 현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그때부터 윤 총장 몰아내기가 시작된 것을 국민 모두가 기억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에서 '검찰개혁 시즌2'를 강하게 외치는 점도 공수처 역할에 대한 회의감을 키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가 무산된 만큼 검찰 힘빼기는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장 문 대통령은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한 후 추미애 장관의 후임으로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을 임명했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검찰총장의 검사 지휘감독권 회수 등 검찰 힘빼기 작업은 본격화할 것이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 등은 아예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유지권만 갖는 공소청을 신설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총장을 탄핵시켜야 한다"거나, "대통령이 외롭지 않도록 할 일 찾겠다"는 여권 인사들의 발언은 검찰 개혁의 목표점이 무엇인 지를 한층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공수처의 성공적인 뿌리 내리기는 초대 공수처장에 달렸다. 김 처장 후보자는 공수처 설립의 명분과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공수처는 권력과 집단으로부터 독립돼 권력층의 비리를 엄단하기 위해 설립하는 것이다. 윤석열 총장 사례에서 보듯 집권세력의 불법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의 수사 중단 압력이 상당할 것이다. 공수처가 권력에 굴복하는 순간 '권력의 시녀'나 '권력의 사냥개'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가 생명이며, 그것은 헌법 정신과 법에 충실한 수사와 기소를 할 때만 가능하다. 검찰이 수사하던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등 문재인 정권과 관련된 사건들의 수사가 공수처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공수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