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강행한 상태에서 비판은 아무런 의미 없어"
"재보궐 앞두고 분란 커지면 안돼…참고 있는 것"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강행했다.
이에 친박(친박근혜계),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분란이 예상됐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과를 반대한 일부 의원들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통령 선거 등을 우려해 더는 이 점에 대해 김 위원장을 흔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0.12.15 leehs@newspim.com |
◆ "김종인 대국민 사과 관심 끄겠다…당내 분란 커지면 문제될 수 있어"
한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중진 의원은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강행한 대국민 사과가 사과인지 고집인지 모르겠지만 관심을 끄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미 사과를 강행한 상태에서 비판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궁시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PK 중진 의원은 "사실 우리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나 국정원법,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공정경제 3법 등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막았어야 할 법들을 하나도 막지 못했다"며 "초선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해 노력을 많이 했지만, 처음부터 했어야 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법안들을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고, 이 문제에 대해 반성을 해야하는 입장"이라며 "이 시기에 꼭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과를 해야될 필요도 없고,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사과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내 분란이 커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참고 조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0.12.15 leehs@newspim.com |
◆ 김종인 대국민 사과에 당내 반응 엇갈려…"부끄러운 일 아냐" vs "개인적 정치욕망"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당내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 취지에 공감하다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계) 등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야권의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어느 권력도 국민의 위임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위임하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민께 사죄하는 것이 마땅한다. 국민들께 고개를 숙이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 역시 "영어(囹圄)의 몸으로 있는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으로서, 진솔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국민들에게 거듭나겠다는 다짐을 드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서병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 4년, 그 4년을 일관되게 좌파가 한 짓은 '내로남불'"이라며 "그런데 왜 우파는 그 4년을 '내불남로'로 일관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해왔던 일들이 다 옳았다는게 아니다. 죄가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씌워진 숱한 혐의가 모두 진실은 아니다. 공수처가 설치됐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논단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ㅇ것도 하필 공수처가 설치됐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도 없었을지 모른다며 문재인 정권이 희희낙락하는 바로 오늘적"라고 강조했다.
친이계 좌장으로 꼽혔던 이재오 상임고문은 "사과는 김 위원장의 개인적 정치욕망을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적어도 야당에 몸담은 정치인이라면, 국민통합을 위해 이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석방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