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접대한 김봉현, 전관 변호사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
뇌물죄는 미적용..."술 접대와 라임 수사팀 합류, 연관성 없어"
술자리 도중 귀가한 현직 검사 2명은 불기소..."징계만"
술 접대 의혹 은폐 등 김봉현 나머지 폭로 대부분 '증거 없음'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 중단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현직 검사 1명과 전관 변호사, 김 전 회장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검사는 지난 2월 구성된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으나 검찰은 술자리에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았으나 술자리 도중 귀가한 나머지 현직 검사 2명은 불기소됐다.
◆ 검사 1명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기소...나머지 2명은 감찰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8일 김 전 회장으로부터 향응을 받은 A 부부장검사와 전관 출신 B 변호사, 김 전 회장 등 3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가 대가성 유무와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다.
[수원=뉴스핌] 이형석 기자 = 1조60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0.04.26 leehs@newspim.com |
A 검사는 지난해 7월 18일 오후 9시 30분쯤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 유흥주점에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값 536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 변호사는 김 전 회장과 공모해 A 검사에게 술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다.
술 접대를 받은 A 검사는 이후 지난 2월 구성된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 다만 검찰은 지난해 7월 있었던 술자리와 라임 수사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남부지검 라임 수사팀은 지난 2월 초에야 구성돼 술자리와의 직무 관련성,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뇌물죄는 미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으나 도중에 귀가했던 C 부부장검사와 D 검사는 기소되지 않았다. 향응 수수액이 각 100만원 미만으로 판단돼 기소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검찰은 향후 두 검사를 상대로 감찰을 진행해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 술 접대 의혹 은폐·여권 정치인 표적수사 등 대부분 '증거 없음'
검찰은 수사팀이 술 접대 의혹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김 전 회장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김 전 회장이 술 접대를 받은 검사를 구체적으로 특정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그 밖에 라임 수사팀이 'A 검사 등에 대한 술 접대'에 관한 제보를 받았다거나 서울남부지검 지휘부와 대검이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권 정치인 로비 의혹 수사에 협조하도록 회유·협박하는 한편 야권 정치인 수사는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회유・협박은 B 변호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이고, 수사팀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며 "김 전 회장은 B 변호사 접견 이전에 다른 변호인들과 '정·관계 로비에 대해 진술해 수사에 협조하고 검찰이 일괄기소하면 만기보석으로 석방되는 전략'을 수립한 사실이 인정되고 달리 의혹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김 전 회장 변호인이 거의 대부분 참여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고, 참여 변호인들도 수사절차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한 사실이 없다"며 "조사 횟수가 많기는 했으나 수사대상이 다수이고 사안이 복잡해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을 하나 하나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야당 정치인 수사는 김 전 회장이 아닌 제3자로부터 의혹을 이미 제보 받아 수사에 착수했고 현재 수사 중"이라고 반박했다.
서울남부지검 / 뉴스핌DB |
B 변호사 배우자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부장검사 배우자들과 에르메스 행사장에 동행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B 변호사 배우자의 진술과 통화내역, 에르메스 판매내역, 초대권 제공자 진술, 결제 및 계좌거래 내역 등에 의해 B 변호사 배우자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과 동행해 물건 구입 후 각자 비용을 계산한 사실이 확인돼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10월 16일 옥중 자필 입장문을 통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술집에서 B 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고, 이중 1명이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검찰이) 여당 정치인들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 후 조사가 끝나면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했다"며 "검사가 바로 정치인 면담 시작 후 이틀 연속 본인 사건은 제외하고 정치인 사건만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해당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수사의뢰했고, 수사팀은 김 전 회장을 수차례 소환 조사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변호사가 나와 검사의 나이가 누가 더 많은지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고 진술하는 등 술 접대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B 변호사와 술 접대를 받았다고 지목된 현직 검사 3명을 모두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술 접대 날짜를 지난해 7월 18일로 특정하고 530만원짜리 술값 영수증 등을 확보했다.
김 전 회장은 당초 술 접대 날짜를 지난해 7월 12일로 특정했으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금융감독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과의 3자 대질신문을 통해 술 접대 날짜를 7월 18일로 번복했다.
당시 접대가 이뤄졌던 술집에는 B 변호사와 검사 3명 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금융감독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행정관은 옆방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