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집콕 시대…레고 판매 3년만에 14% 올라
디테일·성취감·완성도 높은 비쥬얼이 인기비결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모두를 위해 '혼자'여야 하는 요즘이다. 함께보다 혼자인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익숙치 않아, 우리 사회는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웃음꽃이 피는 산업이 있다. '혼자'서 하기 딱 좋은 취미가 바로 그 것이다.
취미 시장은 호황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다 지친 사람들이 그림이나 요리같이 직접 몸을 움직여서 시간을 보내는 취미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이 바로 '레고' 시장.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키덜트의 대세로 떠오른 레고는 코로나19 시국을 맞아 대중적인 취미로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로 CNN 비즈니스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레고의 소비자 판매량은 14% 증가했다. 레고 판매량이 증가세를 나타낸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레고 최고경영자 역시 오프라인 매장 영업이 중단됐지만 온라인을 통해 레고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레고'가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 '만남' 외에는 취미가 없던 기자는 직접 매장으로 가 거금 3만원을 들여 레고를 사서 조립해봤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이기자가 직접 레고를 구매해 조립해봤다. 2020.12.07 jellyfish@newspim.com |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고는 취미가 없던 사람도 취미가 생길정도로 매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매력은 ▲생각 이상으로 정교한 구성 ▲해냈을 때의 성취감 ▲완성도 높은 비쥬얼로부터 나왔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고 있던 지난 주말에도 매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많은 것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기자가 선택한 제품은 오버워치의 '레킹볼' 레고다. 사실 게임을 하지 않아 해당 캐릭터도 잘 몰랐지만 일단 귀엽고 구성이 다소 복잡해보여 택했다. 박스를 여니 큰 봉투 두 개와 설명서가 들어있다. 시작할 때 까지만 해도 솔직히, '이게 정말 재밌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그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무려 한 시간 반이 눈 깜짝할 새 지났다. 설명서에 나온 조각 하나하나를 찾고, 이를 모양에 맞게 조립하는 것이 귀찮기보다 재미있다. 또 레킹볼이 본래는 공 형태에서 공격할 때 몸체가 바뀌는데 이런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각 부품들이 입체적이어야 했다.
3D 형태를 2D인 설명서만 보면서 맞게 조립 해냈을 때의 희열은 대단했다. 분명 취미나 소품에 대한 취향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레고를 '모셔두기' 위한 자리까지 마련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기자는 다음 주말에 조립할 레고를 미리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덕질'이 시작된 걸까.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이기자가 직접 레고를 구매해 조립해봤다. 2020.12.07 jellyfish@newspim.com |
레고의 인기가 급물살을 타는 올해는 공교롭게도 레고 게임이 나온 지 25주년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레고그룹은 요즘 노를 열심히 젓는 분위기. 레고와 디지털을 결합한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용산 매장에는 자동차를 조립하면 이를 핸드폰과 연결해서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상품들의 경우 이미 품절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레고는 게임과도 손을 잡았다. '레고 슈퍼마리오 시리즈'가 대표적 예다. 이는 레고 조립과 게임 플레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리즈다. 쉽게 말해, 레고는 마리오를 현실에서도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이를테면 레고로 조립된 공간에서 마리오를 움직이면, LCD로 구성된 마리오 피규어의 표정을 통해 점수를 획득했는지 혹은 실패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또, 모바일 앱과 연동시켜서 게임을 어디까지 플레이 했는지 등을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레고그룹은 마리오 게임을 시작으로 오버워치, 마인크래프 등 게임과 협업해 현실과 가상현실을 '레고'로 이어나갈 전망이다.
jellyfi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