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전시·아트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서자현의 방대한 시지각 실험

기사입력 : 2020년12월04일 17:24

최종수정 : 2020년12월04일 17:24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작업하는 아티스트 서자현(Jahyun Seo)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한가람미술관 2층의 제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서자현의 개인전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은 기존 전시와는 확연히 다른 전시다. 전시의 목표와 방향이 과거 문법과 다른 것은 물론, 주제를 풀어나가는 기법이라든가 방식 또한 지금까지 우리가 접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 서자현은 미술관의 넓고 높은 공간 전체를 작품화하는 방대하고도 의욕적인 실험을 통해 국내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공감각적 설치미술에 도전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작업실에서의 작가 서자현. [사진=세오컬처] 2020.12.4 art29@newspim.com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서자현 개인전에 들어서면 전시장의 흰 벽은 물론, 바닥과 천장을 가득 채운 수평 수직의 검은 선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느다란 마스킹테이프로 끝없이 이어나간 검은 선과 디지털 프린트지로 구현한 공간 속에 평면회화와 릴리프(부조), 사진과 영상이 함께 어우러져 공간 전체가 하나의 설치작품처럼 보인다. 그야말로 기하학의 공간이자 초현실의 공간이다.

수많은 선들은 씨줄 날줄처럼 만나며 십자의 교차로가 생겨난다. 그 십자형은 무수히 반복되면서 수많은 사각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공간 속에 작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한 자신의 원본 작품과 다양한 그래픽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전 전시현장을 촬영한 디지털 사본, 그리고 영상작업을 함께 내걸었다.

이에 따라 전시장에는 오리지널이라 불리는 원본 작품과 그에 기반해 만들어진 사본, 스트리트댄스 크루 '프리즘무브먼트'와 협업해 제작한 영상 등 다종다기한 작업이 혼재해 실제와 가상, 원본과 사본, 페인팅과 사진및 영상이 끝없이 교차하고 있다. 서자현은 이같은 설치작업을 통해 원본과 복사본이 무수히 뒤섞이고 원본을 변형해 만들어진 사본에 더욱 열광하는 현대인에게 주체적 행위자로서 한번쯤 그 이미지들에 대해 '어느 것이 진실인가?'라고 질문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서자현 작품전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공간작업. [사진=세오컬처] 2020.12.4 art29@newspim.com

서자현은 프랑스 파리의 네프빌 콩트 고등예술학교에서 창작텍스타일을 전공한 뒤 홍익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외에서 모두 14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200여회의 그룹 전시에 참여했다. 지난 2017년에는 뉴욕의 라마마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현재 뉴욕 브루클린의 J&M스튜디오 소속으로 작업 중이다.

'현대미술의 다층적 평면구조에 대한 이론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서자현은 데뷔 초 섬유예술로 작업을 시작해 이후 아날로그적 회화와 사진, 2D와 3D를 넘나드는 디지털 작업, 퍼포먼스 등으로 장르를 넓혀가며 실험과 탐구를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 작가는 성경을 토대로 믿음, 소망, 사랑, 천지창조라는 4개의 테마 아래 전시장을 4개의 섹션으로 꾸몄다. 블랙 그레이 레드 등 주제별로 색상을 달리 한 공간에 서자현은 회화, 릴리프, 사진, 디지털 프린트, 설치 등 초기작에서부터 최근작까지 150여 점을 내걸어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에 첫 발을 디디면 끝없이 이어지는 길고 긴 선들에 놀라게 된다. 이에 대해 작가는 "선은 '길(Way)'을 의미한다. 그 선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과거, 현재, 미래의 어떤 공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사각의 공간에서 잠시 눈을 감고 온전한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생각에 빠져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서자현 '천지창조 첫째날',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2020. [사진=세오컬처] 2020.12.4 art29@newspim.com

작품전의 타이틀인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의미를 묻자 "우리가 눈을 통해 보는 것과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의 간극을 함께 성찰해 보기위해 그렇게 달았다"며 "진짜와 가짜가 혼재하는 현대사회에서 가공된 이미지를 원본과 함께 제시함으로써 다차원적인 공간을 만들었는데 관람객들이 우리 앞에 현존하는 것과,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에 대해 사유할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섹션에 작가는 스트리트 댄스 크루인 프리즘무브먼트(FRZM MOVEMENT)와 협력해 촬영한 영상을 대형 LED화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프리즘무브먼트는 세계 비보이대회에서 우승한 퍼포먼스팀으로, 기독교 신앙에 기반한 테마를 몸의 언어를 통해 역동적으로 표현해 현대미술과 무용간 콜라보레이션에 도전했다.

서자현은 "지난해 뉴욕에서 작업할 당시 허드슨야드의 'The Shed' 개관이벤트로 독일 작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오케스트라, 아카펠라그룹과 협업해 입체적인 전시를 만드는 것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 춤이란 장르와의 협업을 시도했는데 앞으로도 현대미술에 기반하되 보다 입체적인 작업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12월 9일까지 계속된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