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된 '언택트 소비'...업계1위 다이소·스타벅스도 비대면사업 강화
"불황에 장사 없다"...콧대높은 기업들도 생존위기에 언택트 실험 나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그간 경기 불황에도 끄덕없던 업계 1위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생활용품 1위인 다이소와 국내 커피전문점 1위인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한 업계 강자들은 다소 느긋했던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언젠가는 고객이 다시 매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스타벅스가 배달 서비스 시범 오픈을 앞두고 배달 주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2020.12.03 nrd8120@newspim.com |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간 고수하던 '경영 기조'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러다간 존폐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다. 최근 이들 업체들은 뒤늦게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이나 모바일 쇼핑 시장에 뛰어들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위기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상화된 '언택트 소비'...업계 1위 다이소·스타벅스도 비대면 사업 강화
5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몰을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와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스타벅스코리아가 최근 언택트 소비 확산에 따라 '비대면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였다.
균일가숍으로 국내 생활용품 1위 반열에 오른 아성다이소는 지난 10월 12일부터 다이소 상품 전용 쇼핑몰 '샵(#)다이소'를 출시하고 시범 운영 중이다. 샵다이소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전용으로 만들었다. 아무래도 주머니 사정이 얇은 20~30대 젊은 층이 주 고객층이다 보니 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모바일 쇼핑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해당 쇼핑몰은 5000원 이하로 구성된 다이소 상품만 취급한다. 기존 '다이소몰'과는 배송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이소몰은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주문한 뒤 택배를 이용해 배달해 2~3일 소요된다.
반면 샵다이소는 '배송'으로 승부수를 띄었다. 샵다이소는 앱으로 물건을 구매하면 배송이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매장에서 상품을 포장·배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최소 구매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1000원짜리 상품 1개를 주문해도 배송비만 내면 집까지 배달해 준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샵다이소몰 앱 갈무리. 2020.12.03 nrd8120@newspim.com |
배송 시간도 크게 단축했다. 배송 서비스는 당일배송, 예약 배송, 픽업 서비스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당일 배송은 오후 2시까지 결제된 건에 한해 주문한 당일 오후 4~9시까지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배송 비용은 2000원이다. 예약 배송은 상품 주문 시 배송 받을 날짜와 시간을 지정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날짜 지정은 주문 당일부터 최대 3일 이후까지 가능하다.
고객이 자신과 가까운 다이소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찾아가는 '픽업 서비스'도 진행한다. 주문 뒤 1시간 이후부터 이틀까지 매장에서 주문 상품을 보관한다.
다이소는 샵다이소를 공식 출시한 뒤 '빠른 배송' 서비스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빠른 배송은 주문 후 30분 안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배달 대행업체인 부릉과 바로고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송비는 당일 배송보다 2배 비싼 4000원이다.
현재 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인 매장은 서울·경기 일부 지역 등 수도권 13곳이다.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내년까지 서울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언택트 문화의 사회적 확산이 샵다이소를 선보이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는 '배송 서비스' 실험에 나섰다. 첫 타깃은 서울 강남이다. 지난 달 2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마트 역삼점에 배달 시범매장을 열고 고객 반응을 살피고 있다.
해당 매장은 기존 스타벅스 매장과는 다르게 배달만 가능하다. 매장에는 고객이 체류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오직 라이더 전용 출입문과 라이더 대기 공간, 음료 제조 및 푸드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만으로 구성됐다. 매장 규모는 99㎡(약 30평) 정도다.
주문은 스타벅스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매장에서 반경 약 1.5km 안에 위치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배달 주문을 할 수 있다. 최소 주문금액은 1만5000원이다. 배달료는 별도로 3000원이 부과된다. 기존 스타벅스 카드 결제를 통한 별 적립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서비스 품목은 배달 과정에서 품질 유지가 가능한 음료 60여종, 푸드 40여종, MD 50여종을 선정해 운영한다. 스타벅스는 이달 중순께 강남 지역에 '스탈릿대치점'을 추가로 개점할 예정이다.
아울러 스타벅스는 온라인몰 사업도 강화에 나섰다. 지난 달 25일 관계사인 SSG닷컴에 입점해 흥행불패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26일 스타벅스 온라인숍에서 5000개 한정 판매한 '그린 스토조 실리콘 콜드컵'이 판매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모두 팔려 나갔다.
지난 달 25일과 26일에는 '클래식 스콘', '치즈 베이글', '블루베리 베이글' 준비 수량이 모두 소진됐다. 같은 달 29일까지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품귀 현상을 빚는 품목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SSG닷컴은 물량을 세 배 이상 늘리고 고객 수요를 실시간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유통업체 주요 서비스 변화 사례 2020.12.03 nrd8120@newspim.com |
◆"불황에 장사 없다"...콧대 높은 기업들도 생존 위기에 언택트 실험
다이소와 스타벅스는 그간 공격적인 출점 전략과 함께 브랜드 강점을 내세워 업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해 왔다.
다이소는 올해 5월 현재 1361개점을 운영 중이다. 2015에 1000개를 넘어선 뒤 매년 약 100개씩 늘려 왔다. 이 중 직영점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66%(897개)에 달한다.
이제는 동네 상권을 넘어서 서울 명동·강남 등 핵심상권에도 진출해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긴 다이소가 몸집을 불릴 수 있었던 비결은 점포 대형화 전략이다. 매장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고 집객 효과가 나타난 결과다.
스타벅스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와 오피스 밀집지역에 출점했다. 국내 커피업계의 성장 정체에도 스타벅스 나홀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다. 스타벅스는 올해 7월 말 현재 약 140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두 기업의 경영 방침도 변화를 맞고 있다. 다이소는 올 5월까지만 해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올해 코로나라는 악재까지 겹치자 기존 경영 방침을 뒤집었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다이소는 그해 수익성이 40% 급감했다. 올해 코로나 여파로 매장을 찾는 손님의 발길도 뜸해지면서 매출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실적 부진 타개를 위해 모바일 앱과 배달 서비스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이소 매출 및 영업이익. [자료=금융감독원] 2020.05.21 nrd8120@newspim.com |
다이소가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어 상품 판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달 서비스도 첫 도전이다. 기존에 온라인몰을 운영하긴 했지만 운영 주체가 다르다. 다이소몰은 지주사 아성의 관계사인 한웰이쇼핑이 운영한다.
스타벅스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격상으로 매출 타격을 입었다. 거리두기 조치가 2단계로 상향되면 커피숍 실내 이용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
올해 들어 수익성도 떨어졌다. 지난 1분기에는 영업이익 24% 급감해 큰 타격을 입었다. 다만 2분기에 54% 치솟아 수익성을 회복했지만 3분기에 다시 3.5% 내려앉았다. 매장당 매출도 현저히 떨어졌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 매장당 평균 매출은 9억6000만원이다. 작년과 비교해 4.9% 줄어든 수치다. 스타벅스가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4분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겨울이 찾아오자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외출을 꺼리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방문객 급감에 따른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커피맛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배달을 하지 않던 스타벅스가 기존 방침을 바꾼 것도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
유통업계는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강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언택트 소비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생존 경쟁시대에 돌입했다"며 "다이소와 스타벅스가 뒤늦게라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그만큼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업체들간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들도 임원 수를 20% 줄이고 구조조정을 할 만큼 비상상황"이라며 "업계에서 아무리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들라 하더라도 고객이 매장을 찾지 않으면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생존을 위한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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