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 허위 등록…학교서 나온 돈 학부경비로 써
법원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행…사기 아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실제로 일하지 않는 학생들을 조교로 위촉되게 한 뒤 받은 장학금을 돌려받아 학부 비용으로 무단 사용한 대학교수들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배성중 판사는 최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전 학부장 이모(49) 교수와 조모(52)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이들은 학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기계공학부 대학원생 중 실제로는 조교 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들을 뽑아 학교로부터 장학금을 받게 하고, 이를 계좌로 송금하게 해 학부 운영경비 등으로 썼다. 이렇게 받은 돈은 이 교수의 경우 2억4500여만원, 조 교수는 2억여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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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원은 이같은 행위를 학교에 대한 사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육조교로 임명된 8명의 학생들은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받는데, 이 중 10%를 제외한 금액을 학부장 또는 행정담당직원 명의 계좌로 보내야 한다. 이렇게 학부에서 통합 관리했다가 학기가 끝나면 수업기여도에 따라 20~35명 조교에게 나누어 배분해왔다. 이 중 일부는 학교에서 비용이 지원되지 않는 학부 회의나 행사 등 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배 판사는 "이런 '조교공동 운영방식'은 2000년대 들어 학생 수가 증가해 교육조교 8명으로는 운영을 할 수 없어 조교를 포함한 20명 내지 35명의 대학원생들이 교육조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됐던 것 때문"이라며 "피고인들이 학부장으로 임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런 방식을 택해 피고인들은 기존의 관례를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타 단과대와 비교해 실험·실습 보조, 기자재 관리 등 업무 수요가 많다는 특성으로 인해 배정된 조교 외에도 일반 대학원생들이 업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다른 공과대학 학부에서도 유사한 형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총장이 주재한 교무위원회의에서 조교 운용 문제점이 제시됐던 것을 볼 때 학교 법인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정과 현실이 괴리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교공동 운영방식은 오랜 관행으로 정착돼 왔던 것"이라며 "설사 편법적으로 운용한 것이 잘못이라고 보더라도 이를 형사법적으로, 특히 학부장에게 사기죄의 죄책까지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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