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국 해외 주둔미군 운용 전략 변하고 있다"
"행정부 바뀌더라도 전략 안 변해…협의는 충분히 할 것"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한시름 놨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주한미군 감축 논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외교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서와는 달리 우리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감축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즉 전문가들은 "트럼프, 바이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주한미군 감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델라에워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 새 전략은 '해외 주둔미군 고정 주둔지 개념 타파'…전문가들 "필요한 곳에 전력 집중배치하려는 것"
외교 전문가들이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은 피할 수 없다고 내다본 것은 미국의 변화된 국방전략 때문이다.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합동참모본부는 백악관의 지시로 전 세계 미군 재배치 및 주둔 규모 감축과 관련해 주한미군 구조를 재검토했다.
같은 날 마크 에스퍼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올해 말까지 성취할 10가지 목표 중 하나로 각각의 전투 사령부가 작전 공간을 최적화하기 위해 기존 임무·태세를 통합하고 축소하는 백지 상태의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유럽사령부 등과 함께 한국이 들어간 인도·태평양사령부도 몇 개월 내에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요약하면 미국 군 당국은 해외 주둔미군을 특정한 곳에만 주둔하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 배치의 유동성,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변하고 있다"며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미국의 국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 그래서 예전만큼 방대하게 전쟁을 치를 능력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미국은 보다 효과적으로 탄력적으로 적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의 새로운 전략은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미군의 배치를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전략에서 주한미군 감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도 "미국은 이제 예전과 달리 전력 자원을 여기저기 흩어놓고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사활적인 이해가 걸려있지 않은 곳에 있는 자원은 정리하고, (정말 필요한 곳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 필요한 곳에 (전력을) 신속 투사할 능력할 강화하겠다는 것이 새로운 미국 국방전략 기조"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이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방전략의 변화 기조는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정훈 교수는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주한미군을) 빼지 않을 수 있고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변하면서 주한미군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려고 하는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교수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미국을 둘러싼 전반적인 안보환경은 변하지 않는다"며 "미국 군 당국은 기본적으로 '해외 주둔미군의 전진배치를 줄인다', '그들 중 상당수를 본토로 귀환시킨다', '그들을 신속기동이 가능한 전력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 위치한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 |
◆ 박원곤 "단순한 감축보다는 재조정으로 봐야"‧민정훈 "감축하더라도 한국과 충분히 협의할 것"
다만 이들 전문가들은 두 가지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단순한 '감축'보다는 '재조정'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점, 두 번째는 똑같이 감축을 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방식이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박 교수는 "감축보다는 재조정 측면에서 보는 것이 맞다"며 "일각에선 주한미군 2만 8500명(현재 주한미군 규모)에 집착하지만, 이 숫자 자체는 큰 의미가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미국은 능력 위주로 주한미군을 재편하려고 할 것"이라며 "다시 말해 주한미군 숫자는 (2만 8500명보다) 적어질 수도 있고 많아질 수도 있는데, 숫자가 줄어도 오히려 대비태세는 강화될 수도 있다. 숫자에만 집착하다보면 미국의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만 이런 문제는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의 책임과 비용'을 강조하면서 거칠게 나왔던 것과 달리 최대한 한국과 협력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의 외교를 했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전통적인 외교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이라며 "내각의 구성이 안정된 다음, 한국 등 동맹국들과 조율을 해서 해외 주둔 미군 감축 여부나 규모를 정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 입장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설과 관련해, 이미 지난달 전문가들의 관측과 궤를 같이 하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국방부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미국 정부는 글로벌 국방정책 변화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 규모를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특정 국가에 한해 일정 규모 미군 병력을 지속 유지하기보다는 안보 상황을 고려 병력 수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지속 주둔하면서, 한국군과 함께 연합방위체제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한반도 방위 및 동북아의 평화・안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