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한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전략 검토
한미 軍 당국 "병력 수 조정, 주한미군 감축 아냐"
전문가 "어떤 전력이냐에 따라 감축·조정 결정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발표문에 예년엔 늘 포함돼 왔던 '주한미군 규모 유지' 조항이 빠진 것과 관련해 주한미군 감축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주한미군 병력 수(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일 뿐, 감축은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국방부도 감축설을 부인했다.
한미 군 당국의 입장은, 감축이 아니라 주한미군 배치 지역을 다양화·유연화하는 일종의 '재배치' 혹은 '조정' 전략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재배치', '조정'과 '감축'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짚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위스콘신 로이터=뉴스핌] 박진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7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웨스트살렘 라크로스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유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0.10.28 justice@newspim.com |
◆ 주한미군, 한반도 외 지역 배치 가능성 제기…美 합참, 주한미군 구조 재검토
최근 불거지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설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7월 말 미국 정부는 주독미군 약 6400명 중 5600명은 유럽의 다른 국가로 이동시키고 독일에는 2만4000명만 남기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그러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그 이유로 들었다. "독일이 돈을 안 내서 감축하는 것"이라고 하면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의 주독미군 감축 조치 이후, 외교가에선 '다음 차례는 주한미군'이라는 우려섞인 관측이 나왔다. 그리고 미국이 주독미군 감축 조치에 앞서 검토했다는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실제로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합동참모본부가 백악관 지시로 전 세계 미군 재배치 및 주둔 규모 감축과 관련해 주한미군 구조를 재검토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에스퍼 장관은 "올해 말까지 성취할 10가지 목표 중 하나로 각각의 전투 사령부가 작전 공간을 최적화하기 위해 기존 임무·태세를 통합하고 축소하는 백지 상태의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유럽사령부 등과 함께 한국이 들어간 인도·태평양사령부도 몇 개월 내에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요약하면 앞으로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만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방전략에 따라 한반도 외의 지역으로 배치될 수도 있다는 것이 된다. 즉 '고정 주둔지'의 개념을 깨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해 있다. [사진=국방부] |
◆ 주한미군 규모 조정 불가피…軍 "병력 잠시 줄어들 수 있지만 감축은 아냐"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주한미군 규모 조정이 이뤄지게 된다는 점이다. 한 군 소식통은 "병력을 투입하거나 빼는 과정에서 수천 명 줄거나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미국 정부는 글로벌 국방정책 변화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 규모를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특정 국가에 한해 일정 규모 미군 병력을 지속 유지하기보다는 안보 상황을 고려 병력 수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지속 주둔하면서, 한국군과 함께 연합방위체제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한반도 방위 및 동북아의 평화・안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감축설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어떤 이유에서든 주한미군 규모가 현재의 2만8500명보다 적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감축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미 군 당국은 그것이 감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군 소식통은 "병력이 잠시 줄어들 수 있지만 그것이 감축은 아니다"라며 "미국 의회의 국방수권법에도 주한미군을 현 수준 이하로 감축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 역시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해 한미 군 당국 간에 어떤 논의도 없었다"며 "SCM 당시 참석했던 미국 측 고위 당국자는 공동 발표문에 주한미군 규모 유지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 주한미군 감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대변인실은 '가까운 미래에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가능성이 있느냐'는 RFA의 질의에 대해 "그런 명령을 내리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하면서 정면 부인했다.
[평택=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 위치한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 |
◆ 박원곤 "주한미군 1만 9000명 이하로 줄거나 지상군 조정하면 '감축'"
이에 대해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어떤 전력을 빼는지에 따라 조정이냐 감축이냐가 결정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병력을 '순환전략화'한다면 이 정도는 '조정'이라고보는 것이 맞지만 아예 뺀다면 '감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주한미군을 운용할 수 있는 최저 규모가 1만 9000명 정도인데, 그 아래로 주한미군 숫자가 내려가면 심각해 진다"며 "다시 말해 1만 9000명까지는 조정이라고 볼 여지도 있지만, 그 이하는 감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단순한 병력의 수보다는 어떤 병력을 빼는 지가 중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주한미군은 지상군과 전쟁 시 증원 병력을 지원하기 위한 사령부, 그리고 군수지원, 기지운영 인력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지상군을 조정하게 된다면 감축으로 볼 여지가 더 많다"며 "주한미군은 북한이라는 단일 위협을 대응하기 위한 전력이기 때문에 지상군 전력 조정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