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물산 등 '배당 강화' 가능성에 주가 상승 마감
LG그룹, 1조 원 달하는 상속세 부담에 배당 강화 선례 있어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 상속으로 인한 삼성 오너가(家)의 상속세 부담이 10조 원대로 예상되면서, 증권가에서는 그룹 계열사들의 '배당 강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5년 분할로 납부해도 연간 상속세가 조 단위에 이르는 만큼, 대출 및 지분 매각 외에도 배당 수입이 주요한 수익원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의 배당 강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며 관련주들이 급등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부터 적용되는 주주환원정책 발표를 앞두고 있어 배당 성향 강화가 가장 먼저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삼성 관련 주식 가격이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2020.10.26 kilroy023@newspim.com |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삼성그룹주 대부분이 상승 마감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 대비 13.46% 오른 11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 우선주는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가격제한선(+29.86%)까지 상승했다.
이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그룹주의 배당 강화 성향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방어 등을 이유로 지분 매각 가능성은 엇갈리는 반면, 주주친화정책 확대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모았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은 배당수입과 삼성그룹 지배력 유지 측면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에 집중될 것"이라며 "여타 지분 처분에도 부족한 재원은 삼성전자 배당정책 강화를 통해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용되는 상속세(약 10조9000억 원)를 가족들이 향후 5년간 6회에 분납한다고 해도 매해 약 1조8000억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재원 마련이 가장 큰 숙제"라며 "충분하지 않지만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배당 확대 정책을 예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결과를 대기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2020.06.08 alwaysame@newspim.com |
고 이건희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약 18조 원대다. 지분 4.18%를 보유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2.88%), 삼성생명(20.76%) 등이 포함됐다.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상속인들이 지불해야 할 상속세는 약 11조 원(상속세율 60%)에 달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에 가장 큰 관심이 모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2020년 3년 간의 주주환원정책을 뒤로 하고, 새로운 정책안을 발표하며 주주친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최대주주일가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재원 마련을 위한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현재 최대주주일가의 배당 소득 가운데 삼성전자에서 얻는 배당소득 비중은 전체의 73%에 달한다.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삼성물산도 지분 매각 가능성보다는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게 예측된다. 삼성물산의 경우 최대 주주(17.33%)가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지분율 지키면서도 배당수익은 최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오너일가의 상속세 부담이 시작되며 배당 정책이 강화된 사례도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년 전 고 구본무 회장의 재산을 물려받으며 상속세 9215억 원을 부담하게 됐다. LG그룹은 2017년 1300원(1.5%)이었던 보통주 배당금을 이듬해 2000원(2.8%), 지난해 2200원(2.9%)까지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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