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고스트'의 박지연이 7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배우로서 10주년을 맞아 다시 만난 최고의 애정작에 임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현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고스트'의 공연이 한창인 와중에 주연 몰리 역의 박지연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장 먼저, 배우로서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계에서 이미 유명 배우로 성장한 그는 최근 TV 브라운관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10주년을 맞았지만 특별한 기분이 들지는 않아요. 다만 지나온 시간이 쌓여서 좀 더 밀도있게 연기하게 된 걸 감사히 생각하고 있죠. 10년간 정말 좋은 작품들을 만나왔고, 그래서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제 데뷔작 '맘마미아'를 바로 이 신시컴퍼니에서 할 수 있던 게 좋은 시작이었고 감사한 일이었죠. 주로 선배님들과 작업한 경험이 많아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10.26 jyyang@newspim.com |
7년 전 초연에 이어 두 번째인 만큼, 연기가 더 성숙해진 것은 물론 작품에 애정도 두배 더 깊어졌다. 그는 "'고스트'가 돌아온단 소식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면서 너무도 설렜던 당시를 떠올렸다. 초연 때도 호평이 따랐지만, 7년간 확실히 성장이 느껴진다는 평이 쏟아진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굉장히 떨리고 설렜죠. 괜히 긴장되고요. 그때 너무 어렸고 스스로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어요. 어느정도 지난 뒤, 좋은 시기에 만난 것 같아 기뻐요. 바로 3년 뒤에 했으면 또 모르겠는데 7년간 나름의 큰 변화들을 거쳐왔거든요. 정말 좋고 행복해요. 사실 공연을 쉽게 즐기면서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매번 긴장하고 두렵고 견뎌야 하는 일이 많았죠. 10년차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고스트'를 하면서는 정말 재밌게 공연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즐기면서 한 적이 있었나' 싶었죠. 감정을 많이 써야해서 힘든 역이지만 스스로는 가장 즐겁게 하고 있어요."
내년 3월까지 장기공연의 막이 오르고, 공연 전후로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에 공연이 중간에 중단되는 사고도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을 터. 박지연은 "모두가 지켜야 하는 것들"이라면서 묵묵히 감수해야 하는 이유를 덤덤히 말했다. 오히려 시시각각 찾아오는 외로움이 연기적으론 도움이 되기도 했다.
"참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하기가 힘들긴 했어요. 노래할 때 호흡도 많이 써야하고 감정 표현이나 표정을 보여줘야 하는 장면들이 있어서요. 신 연습할 때는 잠시 벗기도 하지만 그 외에 배우들과 교류를 전혀 못했죠. 식사도 못하고요. 그런 게 작품을 발전하게도 하는데 전혀 나눌 수가 없었어요. 다행인지 철저히 외롭다보니까 도움이 되기도 하더라고요.(웃음) 다잡은 마음이나 상태들이 날아가지 않고 더 집중하고 조심하고 외롭다보니. 모두가 힘을 합쳐 조심하고 있고, 관객들도 너무 조심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어렵지만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 뮤지컬 '고스트'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2020.10.26 jyyang@newspim.com |
'고스트'는 매직컬(Magic과 Musical의 합성어)이라고 불릴 정도로 놀라운 마술적 효과와 함께하는 공연이다. 무대의 작동과 구성도 복잡할 뿐더러, 가장 '큐'가 많은 공연이기도 하다. 박지연은 "벨트 위에서 노래하는 장면은 항상 조심한다"면서 늘 신경쓰는 신들을 언급했다.
"가장 긴장되는 건 첫 장면이죠. 고음이나 난이도가 있는 음악보다도 심적으로 사실 첫 신이 가장 어려워요. 연출도 항상 강조했는데 '이 순간'이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해보게 됐어요. 여러 주제들이 나오지만 가장 좋아하는 단어죠. 거기서 시작되는 느낌들을 많이 적어두고 고민했어요. 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보금자리에 와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이 순간'이죠. 한편으로 저한테는 공연을 시작하는 '이 순간'이고요. 몰리인 동시에 제가 많이 묻어나오는 장면이에요. 각자에게 '이 순간'의 의미가 있을텐데 여러 감정이 드실 수 있어요. 과연 '내게 이 순간의 의미는 뭔지' 질문을 받아가시면 좋겠어요."
극중 샘과 몰리는 서로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이지만, 사소한 단어 하나로 다투게 되고 갑작스레 샘은 죽음을 맞게 된다.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몰리는 끝없이 무너지지만, 영혼이 돼서조차 그를 지키려는 샘의 진심을 깨닫고 기적을 경험한다. 모든 과정들을 거쳐, '고스트'의 마지막 신에서 비로소 둘의 메시지가 빛난다.
"마지막에 몰리가 '동감이야' 하는데 웃프다고 할까요. 정말 위트가 느껴져요. 샘과 몰리의 관계가 어땠는지 와닿죠. 슬픈 사랑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어 좋아요. 몰리도 '사랑해'라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었구나, 그제서야 피식 웃으면서 깨닫죠. 그래서 대본이 감탄스러워요. 마지막에 샘을 보면서도 최대한, 보내주고 싶은 마음을 갖고 바라보죠. 몰리가 이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듯 해요. '사랑해' 라는 말이 흔하긴 하잖아요. 그럼에도 얼마나 무게감이 있는 말인지, 그리고 삶에 얼마나 필요한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 짧은 단어에 담긴 것들이 매번 달라지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0 뮤지컬 '고스트'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2020.10.16 jyyang@newspim.com |
'고스트'에서는 배우들이 결코 쉽지않은 감정 연기를 하면서도, 기술적인 부분까지도 완벽하게, 거의 매회 미션을 수행한다. 실제로 유령이 된 샘과 몰리는 무대에서 눈 한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박지연은 "샘이 철저하게 유령이 돼야지만 이 공연의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라면서 어렵지만 꼭 지켜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말했다.
"샘이랑 대사를 맞춰보려고 해도 할 게 없더라고요. 하하. 첫 장면 뿐이죠. 그게 재밌기도 했고, 가장 많이 사랑해야 하는 첫 장면이 참 어려워요. 공연하는 내내 교류가 전혀 없어도 첫 장면의 사랑을 통해 완성시킬 수 있단 점이 특별하죠. 결국 저 혼자 싸워야하는데 몰리도 그래요. 모든 캐릭터가 외롭죠. 샘도, 몰리도, 칼도 칼 나름의 외로움이 있어요. 가끔은 우연을 가장해서 샘과 눈 마주치기를 해보기도 해요. 하하. 2막 첫 넘버를 끝내고 눈이 허공에서 마주치면 미칠 것 같아요. 잠깐 우연히 통하는 순간 감정이 확 밀려오죠. 계속해서 외면하다가 마지막에 진짜로 아이컨택이 됐을 때 오는 감동이 또 너무 크고요. 관객 분들도 그렇게 느끼시는 듯 해요."
박지연은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김우형 샘,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친구같은 주원 샘, 짙은 감성과 성장의 아이콘 김진욱 샘을 소개하며, '고스트'를 여러 번 봐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스스로 "고스트 같은 작품을 또 만날지 모르겠다"는 박지연. 그는 이 작품만의 매력을 곱씹으며,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작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판타지와 현실이 아주 잘 어우러진 이야기죠. 스토리도 쉽고 공감할 여지가 아주 많아요. 화려한 무대도 좋지만, 뭣보다 드라마를 안고 가셨으면 해요. 이 작품의 메시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를 안고 가실 수 있게 늘 노력할게요. 요즘 제 노래나 공연을 통해 위로받았단 말을 들을 때 울컥해요. 위로가 가장 필요하다고 느껴요. 어려울수록 서로 외면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누군가한테 위로가 된다고 하면, 그게 또 제게 위로가 돼요. 서로 부대낄 수 없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마음이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게 특별하죠. '고스트' 속 오다 메를 통해서도 서로 외면하지 않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법을 또 깨닫게 되고요. 서로의 우울을 해소하고 사랑과 위로를 해주는, 그런 역할을 '고스트'가 해주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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