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김봉현 검사 로비 의혹 폭로 검찰 제대로 수사 안해"
대검 "법무부의 중상모략…검찰총장 철저한 수사 지시했다"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기 판매 사건의 배후로 일컬어지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 대한 수사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이 정면충돌했다. 현직 검사 및 야권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였다고 한 김 전 회장의 폭로로 인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법무부는 18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김 전 회장에 대한 직접 감찰조사를 실시한 결과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윤 총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핌 DB] |
법무부는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검사 및 수사관에 대한 향응 및 금품수수 비위',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억대 금품로비' 등의 의혹에 대해 김 전 회장이 '여권인사 비위' 의혹과 함께 검찰에 진술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검찰총장이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검사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철저한 수사를 수차 밝혔다"며 "그러나 야권 정치인 및 검사 비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 그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의 감찰조사 결과와 제기되는 비위 의혹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진행 중인 감찰과 별도로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윤 총장의 지휘를 받아 라임 사태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을 배제하고 별도의 수사팀을 꾸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대검찰청은 즉각 반발했다. 법무부 발표 이후 약 1시간 30분만에 대검은 입장을 내고 "검찰총장은 '라임 사건' 수사 전반에 대해 수차례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며 "특히 '야권 관련 정치인 의혹'은 그 내용을 보고받은 후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현재도 수사 진행 중에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사 비위 의혹'은 지난 16일 언론보도를 통해 최초로 인지하게 됐다"며 "그 즉시 서울남부지검에 김봉현 조사 등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지난 17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재차 지시를 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검찰총장이 해당 의혹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반대되는 법무부의 발표 내용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으며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의 검사 및 야권 인사 로비 의혹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의 감찰과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양측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의견 충돌을 빚었던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또 다시 부딪히면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게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변호인을 통해 옥중 자필 입장문을 내고 검사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을 접대했으며, 이중 1명은 서울남부지검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은 야당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도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임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 관련해서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지급한 후 실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게 로비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검찰) 면담 시 얘기했음에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오직 여당 유력 정치인들만 수사가 진행됐다"며 "당초 민주당 의원 500만원 관련 두명은 소액이라서 수사 진행을 안 한다고 했다가 (검찰)총장이 전체주의 발표 후 당일부터 수사 방향을 급선회한 후 두 사람도 수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의 입장문이 공개되자 추 장관은 "관련 의혹에 대한 사회적 이목이 쏠리고 중대한 사안이므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고 지시했으며, 법무부는 지난 16~18일 사흘간 김 전 회장에 대한 고강도 감찰 조사를 벌였다.
윤 총장 역시 지난 17일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에 '검사 비위 의혹' 부분을 신속하게 수사해 범죄 혐의 여부를 엄정하고 철저하게 규명하도록 지시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