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안화 1천만 위안 홍바오 추첨 공급
선전 뤄후구 3389개 상점서 12일 부터 사용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2020년 10월 12일 오후 6시. 이 시간은 중국 법정 화폐 런민비(人民幣, 위안화)의 역사에 굵은 획을 남기는 순간이 됐다.
이날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시 뤄호(羅湖)구에는 1000만 위안(약 17억원)의 디지털 위안화가 홍바오 추첨 형식으로 선전시 일반 대중들에게 뿌려졌다. 선전시 주민들은 단말기 시스템 설치를 마친 상점에서 즉각 디지털 위안화 사용에 들어갔다.
선전시와 중국 중앙은행이 주관한 선전에서의 디지털 위안화 공급은 국경절 장기 연휴 뒤 중국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중국 매체와 통화 분야 전문가들은 2014년 부터 연구 개발을 해온 중국 디지털 위안화가 마침내 대중 사회를 향해 면사포를 벗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전시 뤄호구는 12일 저녁 6시 개인 휴대폰 문자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 홍바오 추첨 당첨 사실을 알렸다. 이번 추첨에는 191만 3800명이 신청했으며 이가운데 5만 명이 당첨돼 디지털 위안화를 일반 상점에서 실제 사용 체험하는 행운의 주역이 됐다.
13일 베이징상바오에 따르면 선전시는 당첨 통지와 함께 당첨자 개인 스마트폰에 '디지털 위안화 홍바오 잘 사용하세요'라는 축하 배너를 띄웠다. 당첨자들은 통지문 안내대로 스마트폰에 디지털 위안화 앱(APP)을 설치하고 홍바오 추첨 신청시 선택한 4대 국유 상업(공산 농업 중국 건설은행) 은행 중 한 곳을 골라 개인 디지털 지갑을 개설, 각자 200위안의 홍바오를 수령했다.
디지털 위안화는 일반 은행 계좌와 연동할 필요가 없다. 사용 방법은 기존 모바일 페이 처럼 두종류다. 고객이 상점 QR 코드를 스캔하는 경우와 상점 주가 고객 현금 지갑의 QR 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포털 매체 신랑재경은 선전 주민들이 홍바오 추첨형식으로 수령한 이번 디지털 위안화는 선전시 뤄후구 3389개 상점에서 지불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2020.10.13 chk@newspim.com |
선전시 뤄후구 3389개 상점들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완료했다. 12일 밤 부터 슈퍼 대형 마트와 음식점, 중국 석화와 지하철, 월마트, 화룬, 약국 등에서 일제히 사용에 들어갔다. 공산당원들은 결제 코너를 클릭하고 들어가 당비도 납부할 수 있다. 선전 시범 상점과 지하철 역에는 단말기 설치와 함께 디지털 위안화 표식이 나붙었다.
스마트폰 액정화면에 나타나는 디지털 지갑속의 디지털 위안화는 외관이 기존 위안화 종이 돈과 똑같다. 오른쪽 위에는 '중국인민은행' 이라는 글자가 표시돼있고 액면도 기존 종이 돈처럼 구분이 쉽게 중앙에 표시돼 있다. 다만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등 연동 은행 따라 디지털 위안화의 바탕 색은 홍 녹 청 등으로 색조를 달리하고 있다.
전면적 사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역시 연구 과정중 한 단계라는 인식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선전 뤄후구의 이번 디지털 위안화 사용은 더이상 실험 연구가 아니라 실제사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수년간 실험실에 갇혀 있던 디지털 위안화가 마침내 대중 앞에 면사포를 벗었다는 주장을 편다.
중남재경정법대 판허린(盘和林) 교수는 "추첨 방식의 홍바오로 선전에 공급된 이번 디지털 위안화는 현금과 똑같은 지불 결제 수단이다. 아직 유통 수단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화폐의 핵심 가치가 대중사회의 일상적 상거래에서 실현된 것은 중대한 의의를 지닌다"고 밝혔다.
베일 벗은 중국의 새로운 법정화폐 디지털 위안화는 위챗 일리페이 등 기존 모바일 페이와 다르다. 후자는 일반 시중 은행 계좌와 연동해야 하고 일체의 자금 움직임은 은행 계좌에 기초한 전자지불 방식으로 처리된다.
이와달리 디지털 위안화는 모바일 페이 처럼 일반 시중 은행 시스템내에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시중 은행 체계 밖에서 독립적으로 화폐 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화폐 전문가들은 바로 이런 점이 디지털 위안화를 '진정한 디지털 현금 화폐'라고 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