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7대 2로 '헌법불합치' 결정…"2022년 9월까지 개정하라"
"'국적이탈신고시 가족관계증명서 첨부' 국적법 시행규칙 합헌"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복수국적자가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때부터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기간을 3개월로 제한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예외 없이 병역의무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없도록 한 현행 국적법이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이는 같은 법 조항에 대해 지난 2015년 헌재의 기존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관련 내용을 담은 국적법 제12조 제2항 단서 중 제12조 제2항 본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사실상 해외에 생활근거지를 둔 복수국적자 등이 부득이한 사유로 국적선택 기간이 지나 국적을 이탈하려고 할 경우에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고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한 해당 조항이 국적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피해 최소성 원칙 등에도 위배된다는 취지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이 위헌이나 즉각적으로 법의 효력을 중지 시킬 경우 법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법이 개정되는 일정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법의 효력을 인정해 주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은 오는 2022년 9월 30일까지만 효력을 갖는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앞서 미국과 대한민국 복수국적자이던 A씨는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국적이탈의 자유, 국적선택에 대한 자기결정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헌법소원을 냈다. A씨는 또 이 조항이 각 외국과 국내에 생활기반을 둔 복수국적자를 차별하고 남녀를 차별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헌재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복수국적자의 주된 생활근거지나 대한민국 체류 또는 거주 경험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대한민국 국적 취득 사실,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절차, 해당 조항에 따른 국적이탈 제한 등에 대한 이해 부족 등 사회통념상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정하는 기간 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그럼에도 그가 복수국적자임을 인정하고 대한민국 국적에서 이탈하려 할 때 선택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병역의무 해소 전에는 국적이탈 신고를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사회통념상 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유로 그의 국적이탈 자유를 크게 제약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예외적으로 국적선택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국적이탈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한다면 병역의무 이행의 공평성 훼손에 대한 우려도 불식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예외를 전혀 두지 않고 있는 것은 피해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조항으로 인해 복수국적을 유지하게 된 대상자는 특정 직업 선택이나 업무 담당 제한 등 실질적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의 이번 판단은 2015년 이 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기존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헌재는 당시 이 조항이 국적이탈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해당 법조항이 없을 경우 국내에 생활기반을 두고도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이후 국적을 이탈하는 기회주의적인 행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아울러 A씨가 제기한 국적이탈 신고시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한 국적법 시행규칙 제12조 제2항 제1호에 대한 위헌소원 심판에서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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