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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3년] ③ "사는 게 아닌 사는 곳" 공언…더 멀어진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기사입력 : 2020년10월02일 07:31

최종수정 : 2020년10월02일 07:31

'로또분양' 열기에 2030세대 소외돼…근본적 문제점 '공급부족'
임대차 3법 부작용에 전세대란…무주택자 주거비용 더 높아져
'10년공공임대 분양전환' 대응 미진…행정소송 등 소송전 잇달아

[편집자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3주년을 넘어서며 국토부 최장수 장관에 올랐다. 취임 초기부터 "집으로 돈버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할 정도로 주택가격 안정화에 23번의 크고 작은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역대 정부 중 집값은 물론 전셋값 마저도 가장 불안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장관의 3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필요한 정책과 대안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한지 3년 3개월이 지나면서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에 이름을 올렸다. 김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 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수십차례 쏟아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특히 실수요자들의 경우 고강도 대출규제 때문에 내 집 마련의 꿈이 더욱 멀어졌다는 점이다. 서울 청약시장은 대출규제에도 타격을 안 받는 현금부자들로 구성된 '그들만의 리그'가 돼 버렸다. 설익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사회적 갈등이 높아졌고, 10년 공공임대아파트 분양전환 문제해결에 미진해 각종 소송전이 이어졌다.

◆ '로또분양' 열기에 2030세대 소외돼…근본적 문제점 '공급부족'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분양가 통제는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 '로또청약'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68대 1로 집계됐다. 조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지난 8월 수색증산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에서 분양한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는 10개 주택형 가운데 3개가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저렴한 신축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청약경쟁이 과열된 탓이다.

청약 당첨가점도 고공 행진했다. 올해 9월까지 청약접수를 받은 서울 민간분양 아파트 일반공급 6148가구의 당첨가점 평균을 구간별로 분석한 결과, 전체 일반공급 물량의 90% 이상이 평균 50점 초과 70점 이하 가점자에게 돌아갔다. 청약가점이 낮은 20~30대 실수요자는 당첨 확률이 낮아 분양시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현재 청약제도의 근본적 문제점은 '공급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분양가만 낮출 경우, 해당 신축 아파트는 입주 시점에 주변 시세에 맞게 가격이 오른다. 결국 실제 집값 안정과는 멀어지고 청약에 당첨된 소수만 특혜를 누리게 되는 것.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축아파트 분양가가 인근 시세와 동떨어질 정도로 저렴하다 보니 로또청약 열기만 반복된다"며 "물량도 한 지역에 수만가구가 한꺼번에 나오는 게 아니라 몇백가구에서 많아야 1000가구에 그치니, 실수요자가 아니라 운 좋은 일부만 인생역전 기회를 독차지한다"고 말했다.

홍춘욱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는 "현재 집값 상승 문제는 주택공급 부족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분양가 통제가 아닌 주택공급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 청약가점제에서 잘못된 부분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약가점제가 소형 평형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소형 평형이 필요한 젊은층은 소외되는 반면, 대형 평형이 필요한 중장년층이 오히려 소형 평형을 가져가고 있다"며 "소형의 추첨 비율을 높이고, 대형평형에 청약가점 비중을 높이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0.09.28 pangbin@newspim.com

◆ 임대차 3법 부작용에 전세대란…무주택자 주거비용 더 높아져

정부와 국회가 야심차게 내놓은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은 오히려 전세시장과 집값 폭등을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전세품귀 현상이 나타나 서울 전셋값은 65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9월 3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대비 0.08% 상승해 65주 연속 올랐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가을 이사철 영향으로 역세권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세대란이 발생하자 수요자들의 '패닉 바잉'(사재기)으로 집값은 더 오르는 추세다.

서울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는 신축아파트 가격이 15억원으로 치솟았다. 오는 12월 입주하는 노원구 상계동 포레나노원(1062가구)은 전용 84㎡ 기준 분양권 매물이 14억~15억원 수준이다. 프리미엄(피)은 7억7000만~8억7450만원 정도 붙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KB 국민은행 집계 기준으로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312만원으로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광명시 철산동을 비롯한 경기 지역과 세종시 아파트값(전용면적 84㎡ 기준)도 최근 잇따라 '10억원대'에 진입했다. 매매가격, 전세가격이 이처럼 동반 상승함에 따라 향후 무주택자들의 주거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 교수는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매물이 감소하는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임대차시장이 월세 위주로 빠르게 전환함에 따라 무주택자의 주거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임대차 3법은 2년의 전세기간을 4년으로 늘린 것 뿐"이라며 "이전에 2년마다 오르던 전세가격 주기를 4년 주기로 늘렸으니, 다음 정권에서 4년차 전세만기가 돌아오면 전셋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세입자 vs 집주인 계층간 싸움 부추겨…이분법적 잣대 비현실적

또한 임대차 3법은 세입자와 집주인의 계층간 싸움을 부추겼다는 문제도 있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에는 세입자가 기존에 집주인과 맺은 계약을 번복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소급 적용해서 세입자는 기존에 집주인과 맺은 계약을 번복할 수 있다. 예컨대 임대차법 시행 전에 세입자가 전세금이나 임대료를 5% 넘게 올려서 계약을 연장하기로 집주인과 합의했어도, 원하면 다시 5% 이내로 상승률을 낮출 수 있다.

이 경우 전세보증금 또는 임대료 액수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존 계약서를 무효로 하고 새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 집주인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양측이 분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장에서는 이미 세입자와 집주인 간 분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서울시에 따르면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이 시행된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31일까지 한 달간 집주인과 세입자의 상담문의가 큰 폭 늘었다. 이 기간에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가 접수한 임대차 관련 상담 건수는 5620건으로, 전년 동기(2218건)의 약 2.5배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주인은 사회적 강자, 세입자는 사회적 약자'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적용해 현실과 괴리가 커지고 피해자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3억원짜리 빌라를 가진 집주인과 10억원짜리 아파트 전셋집에 사는 세입자 중 상대적 약자는 오히려 3억원짜리 집주인일 수도 있다"며 "정부가 이같은 사각지대를 무시하고 무조건 세입자 권리만을 강화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세입자의 권리만 우선시하는 것 보다는 보증금이나 월세 기준 일정 금액 이하의 세입자를 우선 보호해준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며 "그 금액 이상의 세입자에 대해서는 시장경제에 맡겨서 양측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내집마련 대표적 실패 사례…행정소송 등 소송전 잇달아

김 장관이 10년 공공임대아파트 문제에 대한 대응에 미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남시 판교 중대형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이하 연합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압력으로 분양전환가격이 과도하게 비싸졌으며, 이를 시정하려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소송을 수차례 진행하고 있다.

연합회는 판교원마을 12단지를 비롯한 LH 중대형 단지의 감정평가금액이 민간공공임대 4개 단지보다 비싸다고 주장했다. 판교원마을 12단지 38평형은 3.3㎡당가가 2370만원이다. 개별 가구 중에는 3.3㎡당 2400만원이 넘게 감정평가된 곳도 있다.

반면 민간공공임대 4개 단지의 경우 32평형 3.3㎡당 분양가가 ▲진원 2188만원 ▲부영 2031만원 ▲모아 2250만원 ▲대방 2553만원이다. 대방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판교원마을 12단지보다 저렴하다.

연합회는 이에 따라 지난 7월 성남지방법원에 분양전환중지 가처분 신청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에는 수원지방법원에 분양전환가격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H가 백현마을 8단지에 부당한 감정평가를 실시한 데 따라 분양전환 절차를 중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연구원은 "국토부는 10년 공공임대 문제에 대해서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며 "임대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 상승에 맞춰서 올랐는데, 주민들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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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관세전쟁 첫 포문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전쟁(tarrif war)의 첫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월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관세명령에 서명했다. 발효 시점은 오는 2월4일 0시1분으로, 실제 적용까지는 이틀의 시간이 남았다. 4개 당사국(미국 캐나다 멕시코 중국)이 이틀 간의 협상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명령은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 등으로 맞대응할 경우 미국 정부가 관세율을 인상할 수 있는 보복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캐나다 등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보복조치로 응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더 묵직한 보복 관세(25%를 넘는 관세율)로 응징에 나설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월1일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예고했던 관세부과를 명령했다 [사진=블룸버그] ◆ 관세부과 대상 7년전의 4배 육박 캐나다산 석유 등 에너지 수입 품목에는 예고한 대로 10% 관세만 부과된다. 백악관 관리들은 블룸버그에 "이는 미국내 가솔린과 난방유 가격의 상승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외 조치"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현지시간 2월1일) 자산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불법 이주민, 그리고 펜타닐을 비롯해 우리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치명적인 약물이라는 주요 위협 때문에 국제경제긴급권한법(IEEPA, 일종의 비상 경제 권한)을 발동해 관세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우리는 미국인을 보호해야 하며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나의 책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이 수입한 캐나다산 재화는 4186억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1060억달러어치는 캐나다산 원유와 천연가스, 전기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이다. 같은 해 미국이 멕시코에서 수입한 재화는 4752억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까지 보태면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수입품은 (2023년기준) 1조3000억달러에 이른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2019년 중국산 수입품에 4차례 관세를 부과했을 당시 적용 대상이었던 수입품은 약 3600억달러어치였다.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수입품은 금액기준으로 7년전의 4배에 육박한다. ◆ 높은 협상 문턱? 앞서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로도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허술한 국경 경비 탓에 불법 이민자와 카르텔(범죄조직), 마약이 미국으로 유입돼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불법 펜타닐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이 그 온상"이라고 지적하며 "이들 나라가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거듭 공언해 왔다. 비경제적 목적, 즉 정치·사회적 목적으로 두 동맹국에 단행된 이날의 관세조치는 목표한 바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다자무역협정, 즉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맺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으로 유입되던 불법적인 펜타닐이 제거됐다고 확신이 설 때까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관세 조치의 실제 발효까지는 이틀의 말미가 남았다. 앞서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내 불법 체류자 인수를 거부했다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25%의 관세 폭탄을 맞은 뒤 9시간 만에 백기를 들었다. 백악관도 불법 이민자 추방조건을 콜롬비아가 수용하자 관세 등의 제재 조치를 유보하기로 했다. 그런만큼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대한 이번 관세조치 역시 협상의 여지는 열려 있다. 일종의 '선(先) 관세 선포-후(後) 협상'의 수순인데, 다만 미국 고위 관리들의 발언을 전한 외신들에서는 협상의 문턱이 제법 높아 보인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WSJ는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캐나다 및 멕시코와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관세 인하의 기준이 높게 설정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진전의 최고 척도는 미국인들이 불법 펜타닐로 사망하는 사건이 멈추고 미국 국경에서의 (불법) 이주와 광범위한 범죄 활동이 '극적으로 감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멕시코, 보복 예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에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맞대응을 예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국이 4일부터 대부분의 캐나다 제품에 25%, 에너지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며 "이런 것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캐나다는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더그 포트 온타리오주 주지사는 "이제 캐나다는 반격하고, 더 강하게 반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 미국 내부에서도 불만..."자동차·정유·전자상거래 등 타격 불가피" 트럼프의 이번 관세 부과조치는 그간 면세 혜택을 받던 캐나다산 소액 수입품에도 적용된다. 이는 800달러 미만의 소액 캐나다산 수입품이 통관 과정에서 적절한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WSJ는 이러한 최저한 면세(de minimis exemption)조항이 사실상 제거됨에 따라 이번 조치는 실질적으로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더구나 블룸버그는 이번 명령은 캐나다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소형 소포에 대한 면세 축소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잠재적으로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쇼핑물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조치의 적용 범위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미국 관리는 기자들에게 "미국은 이러한 면세(de minimis exemption) 조치로 막대한 관세 수입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 공급망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부품 및 조립 공장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 그런만큼 이번 관세로 미국 자동차업계가 겪게될 충격도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토스 드라이브 아메리카(Autos Drive America)의 제니퍼 사파비안 대표는 이메일 성명에서 "관세 부과는 미국의 일자리와 투자,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해로울 것"이라며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에게는 장벽을 줄이고, 생산을 방해하는 규제를 완화하고, 더 큰 수출 기회를 창출하는 정책이 더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 자산시장 충격파 예고...스태그플레이션 그늘 미국 태평양 북서부와 북동부 지역은 캐나다산 천연가스와 전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캐나다산 에너지 품목은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낮게(10%) 적용되지만 가계와 기업들의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정유업계도 마찬가지다. 당장 미국 내 원유 생산과 송유관 설비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간 지리적 조건으로 캐나다산 원유에 의존했던 정유사들의 경우 정제 마진 압박을 겪게 된다. 캐나다산 원유에 10% 관세가 부과될 경우 원재료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비용을 판매가격에 전가하면 물가상승률이 꿈틀대게 된다. 예고했던 관세가 단행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들썩일 위험, 그리고 이를 선반영해 미국의 시장금리(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가 덩달아 고도를 높일 가능성은 글로벌 자산시장을 흔들어 놓을 위험 변수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 등의 경우 통화 가치 급락으로 자산시장이 한바탕 휘청댈 수 있다. 앞서 국제결제은행(BIS)은 관세를 장착한 달러 강세가 글로벌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늘을 짙게 드리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 "관세 장착한 강달러,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야기한다"   osy75@newspim.com 2025-0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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