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이 지사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책연구기관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면 이는 보호해야 할 학자도 연구도 아니며, 청산해야 할 적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5일에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조사와 문책"이라는 상식 밖의 발언도 했다. 다음날에는 "얼빠진 게 아니라면 '미완의 연구를 왜 최종연구 결과인 것처럼 발표했는지' 등 4가지 질문에 답하라"고 공격했다. "국민 세금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결과물을 내는 건 철밥통 위치에서 그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연구를 폄훼했다. 조세연이 지난 14일 발표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가 공격의 대상이다. 이 보고서는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가 다양한 손실과 비용을 초래하면서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는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역화폐 발행에 앞장섰던 만큼 이 지사의 지역화폐에 대한 애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독립성과 객관성을 보장받아야 할 연구 결과를 정치인이 이렇게 까지 겁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연구결과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공격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지역화폐의 경제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같은 곳은 지역 생산유발 등 경제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반면 한국재정학회는 "지역화폐 발행이 해당 지자체에서 지역화폐가 유통되는 주요 산업들에서 직접적인 고용 효과를 유발하지 못하고 그에 따라 다른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번의 조세연과 경기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연구대상과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만약 지역화폐의 효과를 언급한 경기연의 연구결과가 이 지사 맞춤형이라면, 신뢰성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과도한 지역화폐 발행으로 비용 대비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은 학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광역단체는 물론 기초단체들까지 남발함으로써 인접 지역 간 구축 효과가 나타나는 등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16년 53개 지자체에서 1168억원 어치를 발행했던 지역화폐는 올해 229개 지자체가 9조원 어치를 발행했다. 불과 4년 만에 77배나 늘었다. 민주당은 내년에는 15조원으로 발행액을 더 늘리겠다고 한다. 중앙정부가 발행액의 8%를 지원하는 만큼 국책연구소가 그 효과를 따져보는 것은 당연하다. 9조 원의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부대비용이 1800억원이며, 내년에는 3000억원이 소요된다.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2차 재난지원금으로 13세 이상 모든 국민들에게 2만원의 통신비 지원을 위해 9300억원의 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낭비적이며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과도한 지역상품권 발행을 위해 드는 비용과 행정력 등을 감안하면, 이 또한 효과를 생각해서 라기 보다는 포퓰리즘 정치의 일환이다.
이 지사는 "국책연구기관이 정부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문제"라지만 국책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입맛대로 맞추겠다는 이 지사의 발상이 오히려 문제다. 지도자의 자질로 위험하기 까지 하다. 이 지사 말 대로라면, 경기도의 영향을 받는 연구기관에서 나온 모든 연구결과가 이 지사 생각대로 맞췄다는 의미 아닌가. 연구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하며, 연구의 취지를 의심하는 듯한 공격은 바람직한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무조건 이 지사를 옹호하고 편드는 민주당 인사들의 행태도 적절치 않다.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거명되는 이 지사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하다. 혹시라도 대통령이 된 후 모든 연구결과와 통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결과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민주국가의 지도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