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질병관리청이 오늘 공식 출범했다. 이전 질병관리본부에 비해 인원은 40% 이상 늘어나고, 독립적인 조직운영도 가능해지는 등 감염병 총괄기구로서 위상과 책임이 한층 커졌다. 정은경 초대 청장은 "국민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앞으로 질병관리청을 국민 건강안전 전반을 아우르면서 든든하게 지켜나가는 전문적이고 혁신적인 행정기관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확보, 내년 국산 백신 확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질병관리청의 첫 과제는 추석 연휴 전날인 오는 27일까지의 방역 성공 여부다. 정부는 오늘부터 수도권에서의 사회적 거리 단계를 2단계로 완화했다. 2주 간의 한시적 완화 조치이지만, 질병관리청으로서는 시험 기간이라 할만 하다.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확진자가 441명에 달하는 등 코로나19 재확산 공포가 확산되자 지난달 30일을 기해 수도권의 거리두기를 2.5단계로 높였다. 이후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였고 최근 열흘 이상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는 신규 확진자가 100명 미만이 돼야 하지만, 정부는 2주라는 시한을 정해 완화했다. "안심할 상황은 아니지만 사회적 피로도와 함께 그간 확인된 방역조치 효과 등을 감안했다"는 게 정세균 총리의 설명이다. 고강도 거리두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외 유입을 제외한 국내 확진자는 한달 만에 두자릿 수로 감소했고, 수도권의 신규 확진자는 이틀 연속 두 자릿수로 억제됐다.
그러나 앞으로 2주 동안 획기적인 방역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28일부터 2주 간은 다시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해지고 방역 조치는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무책임하게 완화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이 없어졌다거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민 모두가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밀집 지역 피하기, 모임 및 집회 금지 등이다. 추석 연휴 동안 고향방문 자제 분위기가 있는 반면 휴양지의 숙박시설에 예약이 몰리는 등 국민들의 해이감도 나타나고 있다. 추석 연휴를 틈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난다면 일상으로의 복귀는 그만큼 더뎌질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이끌어 내야 하는 것도 질병관리청의 몫이다.
질병관리청의 또 다른 과제는 방역업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회복이다. 최근 확진자 수 증감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광복절 집회를 즈음해 검사자 수를 늘림으로써 확진자가 늘었다거나, 교회와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검사함으로써 이들 집단에서 감염자가 늘어났다는 등이다. 일부 교회와 보수단체들이 목회 활동과 개천절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이면에는 정부와 방역당국에 대한 불신의 의미도 있다. 방역과 관련한 각종 통계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검사자 수에 따른 확진자 수, 확진자 중 환자 발생비율은 일정하다는 게 방역전문가들의 지적인 만큼 확진자 수와 함께 검사자 수와 검사별 유형을 낱낱이 공개하길 바란다. 국민들이 정부의 방역정책과 통계를 온전히 믿어야 정부가 제시하는 방역수칙도 적극적으로 지키지 않겠는가.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만큼 질병관리청의 출범에 대한 기대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