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스킨케어 시장 겨냥 '라이크와이즈' 론칭
LF 화장품 이익기여 5% 미만..."국내만으론 한계"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의류 사업 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낀 패션업체들이 이종사업인 화장품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제외하면 패션업체 화장품 사업부의 수익 기여 수준은 미미한 상태다. 국내 화장품 사업 시장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차별화된 콘셉트 없이는 시장 안착이 어려울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옷 만으론 생존 안 돼"...LF·코오롱FnC·한섬 잇단 도전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FnC는 오는 17일 스킨케어 화장품 브랜드 '라이크와이즈'를 론칭한다. 라이크와이즈는 '저분자 히알루론산'을 전 제품에 사용한 수분 기능성 브랜드로 '워터 젤', '크림' 등 기초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코오롱FnC] 2020.09.14 hrgu90@newspim.com |
코오롱FnC가 자체 화장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5월 사이언스 스킨케어 브랜드 '엠퀴리'를 론칭했으나 시장 안착에 실패하며 약 1년 1개월 만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를 종료하는 등 브랜드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사실상 라이크와이즈로 화장품 시장에 재차 문을 두드리는 셈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엠퀴리는 새롭게 패키지 등을 보완해 내년 2월 리론칭할 예정"이라며 "라이크와이즈는 MZ세대를 겨냥한 합리적인 가격대로, 엠퀴리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원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체의 자체 화장품 브랜드 론칭은 최근 몇 년 새 익숙한 트랜드가 됐다. LF는 2018년 9월 남성 화장품인 '헤지스 맨 룰429'에 이어 지난해 10월 여성 비건 뷰티 브랜드인 '아떼'를 론칭했다. 코오롱FnC도 지난해 엠퀴리를 론칭했으며 내년 초에는 한섬의 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 '클린젠' 론칭이 예정돼 있다.
패션 대기업의 이종사업 진출 배경은 국내 의류 수요 정체와 관련이 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실적 타격을 입기 전부터 경고음이 있었다. LF의 경우 2018년 1200억원에서 지난해 882억원으로 코오롱FnC는 399억원에서 135억원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만으로는 실적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사업다각화를 위한 선택지로 화장품이 각광받고 있다"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사업성이 같으므로 마케팅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9.14 hrgu90@newspim.com |
◆신세계인터 제외하고 아직은 '걸음마'..."콘셉트 차별화 중요"
이종사업 진출이 실적 개선에 확실한 도움이 될 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패션업계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가장 성공한 케이스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화장품 부문이 차지하는 기여도는 81%(684억원)에 달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제외하면 여타 업체는 걸음마 수준이다. LF의 경우 2018년에 화장품 사업부를 신설했으나, 실적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LF의 법인세차감전순손익 1215억원에서 화장품을 포함한 기타사업부문 영업이익은 총 66억원, 5.4%에 불과했다.
패션업체들이 특히 기초 화장품에 집중하는 이유는 색조 대비 점유율 경쟁이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색조 화장품은 해외 브랜드가 강세"라며 "코어 기술만 있다면 제조 면에서는 기초나 색조나 진입장벽이 비슷하나 브랜드 경쟁 측면에서는 기초보다는 색조 화장품 진입장벽이 더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기초 화장품 시장도 최근 몇 년 간 인디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대(對) 중국 수출을 통해 매출을 보전하고 있으나, 국내 시장에만 의존한다면 매출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클린 뷰티' 카테고리 등 스킨케어 브랜드들이 급성장한 상태"라며 "코로나19 이후 색조 화장품 수요가 줄어들며 제한된 스킨케어 파이에서 경쟁이 치열해져 콘셉트 차별화가 안 된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사업의 경우 사업 신설시 투입해야 할 비용이 적은 편이나 시장 안착에 실패할 경우 재고자산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실제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 뒤 코오롱FnC의 재고자산은 2018년 2697억원에서 2019년 3075억원으로 14% 증가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