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부가 10일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이 돈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집합금지업종으로 지정돼 영업이 중단된 PC방, 노래연습장 등 고위험시설 사업자 15만명에게 200만원, 영업시간 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집합제한업종 업주 32만명에게 150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연매출 규모 4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중 매출이 감소한 243만명에게는 100만원이 지원된다. 70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은 50만~150만원의 긴급고용안정자금을 받게 된다. 실직·휴폐업한 55만가구에는 4인 가족 기준 100만원까지의 긴급생계자금이 주어진다. 1인당 20만원을 지원하는 아동특별돌봄 대상을 초등학생까지로 확대하고,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한다. 이 돈을 주기 위해서는 전부 빚을 내야 한다.
맞춤형 선별 지원 방침을 깬 전 국민 대상 통신비 지원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통신비 지원 대상을 만 13세 이상으로 정함에 따라 통신비 지원을 못받는 초등학생들을 아동특별돌봄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그렇다. 차별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의식한 조치라지만,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국민들이 흡족해 하거나 형평성 시비가 없어진 것도 아니다. 영세 사업장에서 일했던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지원 대상이 아니다. 또 올해 창업한 자영업자, 현금 거래가 많은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프리랜서 등은 매출 감소를 증빙하기 어려워 지원을 못받을 수도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증명 절차 없이 지급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지만, 자칫 아무에게나 지원금을 주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2만원씩의 통신비를 주기 위해서는 9300억원이 소요된다. 통신비 지원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요청을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전국민 대상 통신비 지급의 의미를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피해맞춤형 재난지원은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선별지원 방침을 밝힌 지 3일 만에 말을 바꿨지만 아무 설명이 없다. "재난의 고통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고 했던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1차 재난지원금은) 선거 논리가 일정 부분 개입돼 있었다"며 포퓰리즘 성격이었다고 실토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는 재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정치논리에 묻혀버린 듯 하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한술 더 떴다.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도민들에게 2차 재난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 그는 "문제는 지방채 발행은 도민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할 수 없다"면서도 "흥청망청 쓰는 게 나쁜 것이지 부채가 나쁜 건 아니다"며 적자 지방채 발행을 합리화했다.
국가 재정은 여유롭지 않다. 59년 만에 한해 4차례나 편성한 추경 규모는 무려 67조원에 이른다. 4차 추경용 적자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4%에 육박한다. 문 대통령 조차 4차 추경에 앞서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밖에 없는 등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고 했고, 김상조 실장은 "국가부채비율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하는 우려도 사실 있다"고 토로하지 않았는가. "자기 돈이라면, 저렇게 쓰겠느냐"는 비판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내 돈이 아니니까 이렇게 쓴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공짜돈에 점점 익숙해 지는 건 아닌 지도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