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伊 등 대학 소속 전문가 19명 서한..."같은 값 너무 많아"
개발 연구소 측 "오류 없다"..."우연일 가능성 배제해선 안 돼"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러시아 코로나19(COVID-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임상시험 자료가 조작됐다는 의학계의 주장이 나왔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Daily Mail)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모스크바타임스의 보도를 인용, 저명한 의학 전문가로 구성된 그룹이 공개서한을 내고 지난 4일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게재된 스푸트니크V의 임상시험 데이터에 이같은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백신 이미지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서한에는 미국 템플대학 엔리코 부치 생물학 교수와 이탈리아 모데나대학의 안드레아 코사리자 병리학 및 면역학 교수 등 미국·이탈리아·프랑스·독일·일본 유명 대학 소속 과학자 19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항체반응 관련 데이터 다수가 중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치 교수는 모스크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데이터에 아주 이상한 패턴이 있다"며 "내 말은 서로 다른 환자(피험자) 집단에 대해 중복된 값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연구소가 개발했다. 랜싯에 게재된 데이터는 지난 6~7월 두 차례 진행된 1·2상(Phase I/II) 임상시험 자료다.
연구소 측은 총 76명 환자를 각각 20명으로 구성된 2개의 집단과 각 9명으로 구성된 4개 집단으로 나눠 서로 다른 6개의 백신 제형(劑形·formulation)을 시험했다.
부치 교수는 "9명으로 구성된 다른 집단들에 완전히 다른 것(백신 제형)들이 시험됐는데 정확히 같은 숫자가 나왔다"며 "이렇게나 많은 동일한 값이 관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어 "주사위를 던져 동일한 숫자를 여러 번 얻는 경우와 동일하다"며 "매우 가능성이 낮은 경우"라고 덧붙였다.
코사리자 교수는 "데이터가 포토샵된 것 같다. (값들이) 너무 비슷하고, 통계적 관점에서 이는 가능성이 낮은 경우"라며 부치 교수와 같은 의견을 내놨다.
부치 교수는 다른 백신 임상시험 자료에서는 중복 값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중국 백신이나 미국 백신, 옥스퍼드 백신 등에서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게 정상이다"라고 했다.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연구소의 데니스 로구노프 임상시험 결과문 저자는 랜싯에 게재된 정보에는 오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개서한에 참여한 과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반박하지는 않겠지만 이들이 해명을 요청한다면 랜싯의 편집위원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랜싯은 성명을 통해 논문 등 연구 결과문에 대한 과학적 논쟁을 장려한다며, 자신들은 임상시험 연구 결과문 저자와 서한을 직접 공유했고, 그들이 과학적 토론에 참여하도록 격려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다른 러시아 과학자들도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세포생물학자 빅토르 타타르스키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특정 통제집단에 대한 자료는 너무 유사해 보인다"며,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피험자 수가 적은 만큼 우연의 일치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