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경주 황남동 고분 120-2에서 피장자가 금동관과 금귀걸이, 은팔찌 등을 착장한 상태로 발굴됐다. 피장자의 성별은 여성이며 6세기경 귀족신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일환으로 2018년 5월부터 경주 황남동 120호분을 발굴조사(조사기관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가 진행됐다. 최근 발굴 조사에서 피장자가 착장한 장신구가 대거 발굴된 곳은 황남동 120호분의 봉토를 파괴하고 축조된 120-2호분이다. 피장자는 금동관과 금귀걸이, 은허리띠, 은팔찌, 구슬팔찌, 금동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들이 모두 일괄로 출토된 것은 1973~1975년 황남대총 이후 처음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120-2호분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노출 모습 [사진=문화재청] 2020.09.03 89hklee@newspim.com |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3일 오후 유튜브에서 진행한 '황남동 120호분 금동관 출토 현장 설명회'에서 "피장자의 성별은 여성, 신분은 최고위층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권일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인골을 통해 과학적으로 성별을 분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유물을 통해 성별을 추정할 수 있다. 이번에 120-2호분에서 발견된 피장자의 유골은 긴 시간을 지나 검은 흙으로 발견됐다. 의복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김권일 선임연구원은 피장자의 성별이 여성으로 추정되는 이유에 대해 "큰고리 귀걸이가 있고, 큰칼을 착장하지 않았으며 청동다리미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큰고리 귀걸이가 있으면 여성, 작은고리 귀걸이는 남성이라고 판단한다. 또 큰칼 착장이 있으면 남성, 없으면 여성이며 망토차가 있으면 여성, 없으면 남성"이라고 첨언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피장자가 착장하는 장신구의 종류와 위치 [사진=문화재청] 2020.09.03 89hklee@newspim.com |
피장자의 신분은 왕족이거나 귀족층일 것으로 추정했다. 김 연구원은 "왕족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120-2호에서 금동관이 나왔기 때문에 왕족이거나 귀족층 중 최고 높은 신분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답했다.
피장자의 키는 170cm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금동관의 중앙부에서 금동신발의 뒤꿈치까지 길이가 176cm인 것으로 보아 피장자의 크기는 170cm 내외인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성별과 인물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한상 대전대학교 역사문화학전공 교수는 금동관을 머리에 착장한 상태로 발굴된 사례는 간혹 있지만 상태가 온전한 것은 거의 없다며 의미를 뒀다. 그는 "1970년대 천마총에서 발견된 유물은 순금이라 상태가 좋았지만 보통은 다 부서지고 훼손되는데,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유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신구가 잘 남아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금동신발 발바닥 [사진=문화재청] 2020.09.03 89hklee@newspim.com |
이 교수는 이번 조사가 신라시대 장례 문화와 장신구 착장법 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동관관, 귀고리, 금동신발까지 착장한 것은 망자가 평소에 사용한 물건을 관에 넣어뒀을 것"이라며 "착장방식을 통해 장신구를 어떻게 착장하는지 보여주는 근거자료를 획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하나 흥미로운 것은 목걸이 윗부분과 금동관의 아랫부분 겹쳐 있다"며 "금동관이 얼굴 전체에 덮여 씌워진 것으로 보아 망자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금동관 사용했을 거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귀족 무덤은 처음인데, 신라 장신구 착장 방식, 장례에서 장신구 착장 방식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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