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매각 3개월 연기...콜마파마 식약처 적발 돌발변수
매각대금 5000억→4355억 하향 조정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한국콜마가 지난 5월 말 체결한 제약사업부문 매각 계약을 3개월째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콜마는 올 들어 주력 사업인 화장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올 1・2분기 모두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매수자인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구체적인 인수 조건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변수가 생기면서 최종 매각 잔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한국콜마로선 화장품 사업부문 회복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콜마 1·2분기 및 연간 실적 추이. 2020.08.31 hj0308@newspim.com |
◆7월 거래종료서 두 달 연기...콜마파마 식약처 적발에 '화들짝'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오는 9월 10일 주주총회를 열고 영업양도에 관한 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당초 7월로 예정됐던 주주총회가 두 차례 미뤄진 것이다.
앞서 한국콜마는 지난 5월 말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자회사 콜마파마의 보유지분 62.1% 전량과 한국콜마의 제약사업부문을 약 5124억원에 IMM PE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작업은 올 초부터 진행했고 한 달여간 실사를 끝으로 최종 계약이 성사됐다.
당시 한국콜마는 계약 체결 시점(5월27일) 이후 두달 후인 7월 31일 거래 종결을 예정했다. 하지만 한국콜마는 한 차례 주총 소집을 미뤘고 2차 정정을 통해 이번 주총 소집공고를 냈다.
매각 대상 중 하나인 콜마파마에서 일부 허가받지 않은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한 사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되면서 긴급회수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콜마파마가 허가받지 않은 첨가제를 사용해 해당 의약품들을 제조했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지난 7월 초 콜마파마에 한국콜마의 '제로엑스캡슐'과 '제로엑스캡슐60밀리그램', 휴온스의 '올리다운캡슐'과 '올리다운캡슐60밀리그램'을 회수·폐기하라는 명령을 7월 내렸다.
콜파마파에 악재가 발생하면서 매수인인 IMM PE가 일정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IMM PE 측은 인수 대상에 대한 세부 자산을 재점검하겠다는 복안에서다.
한국콜마 역시 이를 수락하고 일정을 연기했다. 한국콜마 입장에선 계약 일정을 다급히 추진한다면 매각금액에도 최종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한국콜마는 주총 공고문을 통해 매각 대금이 최대 15%까지 하향 조정될 가능성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매각 대금이 최대 15% 하향된다면 최종 매각 대금은 4355억원 정도다.
[자료=한국콜마] |
◆화장품 수익 급감...안정적 매출 제약에 "아쉬워"
이와 함께 화장품 사업부문 수익성이 급감한 시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제약사업부문이 효자로 급변한 것도 일정 연기에 동의한 이유로 해석된다.
제약사업부문을 제외한 한국콜마의 화장품 OEM 사업 등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총 1967억원이다. 전년도 같은기간 2149억원과 비교해 약 8.5% 줄어든 수치다.
올 2분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콜마의 2분기 매출액은 3221억원, 영업이익 27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5%, 14.5% 감소한 수준이다.
반면 제약사업부문은 1분기 2분기 모두 선방했다. 올 상반기 제약부문에서 거둬들인 매출액은 1000억원 수준이다. 올 2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에 비해 6.4% 신장했다.
제약사업부문이 제외되면 실제 한국콜마 매출과 수익성은 더욱 급감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하반기 정상 수준으로 매출 회복도 불확실 상황 탓에 제약 부문 제외가 아쉬울 수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매각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다만 세부적인 내용에 관해 조율해야 할 것들이 있고 확인이 필요해 일정이 미뤄졌다. 이번 주총에서 향후 일정과 관련 내용에 대해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콜마가 제약사업부를 매각하려는 까닭은 기존 제약사업의 중심축이었던 의약품위탁생산사업보다 종합 제약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콜마 제약부문은 연간 약 2000억원 매출을 기록해왔고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3.4%로 추산된다. 콜마파마는 900억원 가량 매출과 1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5%에 달한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제약사업을 화장품 OEM사업과 함께 주력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한 의지로 2년 전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을 들였다.
이번 매각으로 한국콜마홀딩스는 HK이노엔, 한국콜마는 화장품 OEM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대금은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 인수 대금 등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약 사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면서 "향후 제약 CMO 사업부문은 매각을 완료하고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제약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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