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증폭기술과 인공지능 활용으로 누출진단 정확도 99%
휴대폰 배터리 3개 전력으로 36개월 사용가능한 초저전력 자랑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생활용, 산업용으로 액체나 기체를 사용하려면 파이프 즉 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냉장고 냉매 배관에서 반도체 공장의 가스 배관, 발전소의 압력 배관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쓰이는 배관의 핵심은 누출없이 안전하게 물질을 전달하는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융합연구 끝에 배관에서 누출이 발생하는 즉시 감지하고 진단하는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SB융합연구단과 함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미래선도형 융합연구단 사업인 '자가학습형 지식융합 슈퍼브레인 핵심기술 개발' 연구 수행 결과 '스마트센서 기반 플랜트 초저전력 지능형 누출 감시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원자력연구원과 전자통신연구원 KSB융합연구단이 세계 최초로 '초저전력 누출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제공=한국원자력연구단] 2020.08.20 swiss2pac@newspim.com |
원자력연구원의 누출 탐지 기술과 전자통신연구원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시켜 개발한 이 기술은 스마트 무선센서로 초미세 누출 신호를 감지하고 증폭시켜 인공지능 추론서버를 통해 누출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단한다.
원자력연구원 측은 "99%의 진단 정확도는 물론이고 상용 제품 대비 최소 200배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9000㎃h 건전지 한 개로 36개월간 누출을 감시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초저전력 스마트센싱 기술을 자랑한다"고 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1.7기압 배관에 생긴 0.2㎜ 크기의 작은 구멍에서 1분당 90㏄의 누출이 발생했을 때, 스마트 무선센서를 통해 5m 이상의 먼 거리에서도 누출 신호를 감지해낸다.
배관에 누출이 생겼을 때 발생하는 소리는 40k㎐ 전후의 초음파 대역에서 특징적인 신호를 보인다. 귀로 들을 수 있는 20㎐ 내지 20k㎐의 소리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누출이 미세하거나 주변 소음이 큰 경우 탐지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초음파 대역의 신호는 누출 여부를 정확히 탐지할 수 있는 반면, 신호의 강도가 매우 약해 신호 증폭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누출 신호를 무려 45만 배 증폭시켜 5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충분히 신호를 감지할 수 있고, 인공지능 추론을 통해 99% 정확도로 누출 여부를 정확히 판단한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상용화된 누출 신호 탐지기들은 누출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의심 정보만 수집하면서도 초고용량 배터리와 컴퓨터를 사용해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이번 '초저전력 누출 진단 기술'은 자체개발한 초저전력 누출 감지 센서모듈과 저가형 AI 서버(라즈베리파이나 오드로이드)를 사용해 십만 원대의 가격으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폭 넓은 수요가 예상된다.
또 기존 탐지기들이 초고용량 배터리나 유선 전력을 사용하는 데 비해,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무선 누출 감지 스마트센서는 휴대폰 배터리 3개 용량인 9000㎃h 원통형 건전지만으로도 3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금껏 무선 누출 감지 기술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잦은 배터리 교체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낸 것이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각자의 전문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배관 누출은 안전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 만큼, 산업계와 국민 생활 안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표철식 전자통신연구원 단장은 "현재 다양한 기업들과 기술이전을 통한 실용화를 협의하고 있다"며 "이 기술의 사업화가 신기술 적용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융합연구 성과 확산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