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업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 마음으로 나선 가운데, 공연장에 확진자가 다녀가며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코로나 시대 반년차, 공연계는 방심과 '철저 방역'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이다.
지난 6일 뮤지컬 '루드윅'에 출연 중인 배우 김준영이 클럽에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비슷한 시기, 국내 뮤지컬 업계의 대표 프로듀서 8인은 세종문화회관(사장 김성규)과 함께 코로나19로 어려운 업계 종사자들을 돕자는 취지의 기부콘서트를 기획했다. 전세계적인 위기를 이겨내려는 노력과 철저한 방역 사이, 개인의 경솔한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2020.08.11 jyyang@newspim.com |
◆ '감염 청정지대' 평가 속 방심했나…배우 일탈 뭇매
지난 4일 서울시의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등의 집합금지 명령을 조건부 집합금지로 변경한 직후 클럽에서 김준영의 목격담이 흘러나왔다. 일반인의 SNS 사진으로 시작된 이 소식은 금세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퍼졌다. 당사자는 당장 8일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루드윅' 측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8일 공연부터 캐스팅을 변경했다. 배우의 소속사는 이날 "김준영은 자진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고 알렸다. 이후 10일, 음성 판정을 받은 소식이 알려지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 관계자들은 비로소 안도했다.
하지만 방심의 대가는 만만치 않다. 해당 배우는 코로나19 음성 판정 이후에도 자체 자가격리 기간을 2주간 갖기로 결정했고, '루드윅'은 오는 23일까지 김준영의 회차를 다른 배우로 총 5회에 걸쳐 캐스팅이 변경된다고 고지했다. 함께 캐스팅돼 공연 스케줄이 변경된 동료 2명에게는 물론, 뮤지컬 제작사, 공연 관람객들, 스태프들까지 모두에게 결과적으로 폐를 끼치게 됐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국내 공연계가 극장 문을 열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아직까지 단 한차례도 공연장에서 확잔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 지난 4월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 차 입국한 외국인 앙상블 배우 2명이 확진을 받은 것이 유일했다. 실제로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대부분의 대극장, 소극장들이 철저한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안전한 공연장을 만들기 위해 힘써왔다. 그런 가운데 배우의 일탈은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프로듀서 [사진=세종문화회관] 2020.08.11 jyyang@newspim.com |
◆ "일자리 잃은 동료 돕자" 기부 움직임…'철저 방역'으로 한숨 돌려
누군가는 일탈을 즐길 때 다수는 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살 길을 모색했다. 국내 대형 뮤지컬 제작사 프로듀서 8인이 모여 어려운 종사자들을 돕는 기부콘서트를 기획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3회에 걸쳐 콘서트를 열고, 국내 뮤지컬 스타 37인이 좋은 취지에 공감해 뜻을 함께한다. 3회 공연 티켓을 매진시키고, 배우들의 기부금을 십시일반 걷어 총 5억원의 기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기회를 계기로 뮤지컬 업계는 '기부 행사'를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리잡게 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8인의 프로듀서들은 물론,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사장은 "이런 프로그램이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장르도 다같이 나서주면 좋겠다. 힘든 상황이 또 오면 안되겠지만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서 기회로 삼는 걸 보여주는 건 포스트 코로나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부 콘서트로 훈훈한 뜻을 나누던 와중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10일 공개된 한 확진자의 동선에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세종문화회관이 포함됐기 때문. 역학조사 결과 한 확진자가 두 곳에서 공연 중인 연극 '마우스피스'와 '모차르트!'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31일, 8월 1일 해당 확진자와 같은 회차 공연 관람객들은 혼란에 빠졌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연극열전 공식 SNS] 2020.08.11 jyyang@newspim.com |
불행 중 다행으로, '마우스피스' 측과 '모차르트!'에서는 당일 최대한 빠른 대처로 관람객들을 안심시켰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근접 관객들 중 보건교육 대상, 일반 능동감시 대상 분류된 관객의 정보를 관련 기관에 제공했다"면서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한 결과 관할 보건소로부터 공연을 지속할 수 있다고 답변받았다"고 알렸다. 당장 의심증상자가 나오지 않은 만큼 집단 감염과 공연 중단의 불상사는 피해간 셈이다.
물론 안심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모든 조치를 이행 중이다. 김성규 사장은 간담회에서 EMK 엄홍현 프로듀서의 말을 빌려 "대극장 공연 스태프가 160명이 넘는데 그 가운데 80명 넘는 인원이 처음 일을 하는 친구들이라 교통비가 없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종사자들을 저버릴 수 없어, 제작사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모든 위험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철저한 방역에 매달리고, '집단감염 제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임이 이번 사태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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