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기준 58조 돌파...2년9개월 만에 설정액 2배 증가
"저금리·부동산 규제 여파 자금유입 이어질 것" 전망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최근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국내외 펀드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부동산펀드의 인기는 여전하다. 특히 사모펀드 인기 급감에도 해외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사모펀드 시장 파이 또한 빠르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4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전체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58조1932억원에 달한다.(국내외 혼합투자 포함) 설정잔액 기준으로는 2017년 10월말 28조9268억원을 기록한 이후 2배 가량 증가하는데 불과 2년9개월이 소요됐다.
해외부동산펀드는 최근 5년동안 매년 10조원 안팎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주요 증권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등 해외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된 2018~2019년에는 2년간 25조원 가까이 늘며 시중 자금을 빨아들였다.
해외부동산펀드가 이처럼 주목받게 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 기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펀드는 기초자산으로 담은 해외 부동산에서 임대료 수익을 얻고 만기 시점에 건물 매각 등을 통해 이익 또는 손실을 확정하는 구조다. 이에 저금리 장기화와 국내 주식시장 부진으로 갈곳을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운용수익 외 별도의 인컴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이동하면서 자산 규모를 빠르게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완화 정책으로 전세계 부동산 시장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것 또한 부동산펀드 수요를 자극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곧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졌고, 해외부동산을 매입한 부동산투자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리츠 상품의 인기로 연결됐다.
한아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저성장·저금리에 대한 대응, 수익원 다각화 기조에 따라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수익창출 일환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주목하면서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추세는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 올해도 이어지는 중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동반 패닉 현상을 빚었던 3월에만 7000억원 가량 감소했을 뿐 상반기까지 3조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5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펀드 수 800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금융당국의 해외부동산 집중 점검 움직임 역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2020년 금융투자회사 중점검사사항'을 사전예고하면서 해외 부동산 상품 리스크 관리 점검 및 해외투자펀드 환매 실태 등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지만 5월 이후에만 18개 펀드가 새롭게 설정되고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됐다.
업계에서는 해외부동산펀드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직접투자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낮아지면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인과관계가 현재도 유효하다"며 "위험자산 투자에 유리한 상황에서 결국 '오를 것 같은 자산'에 자금이 몰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단기간 부동산 펀드와 리츠 수익률이 하락했을 때 투자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모기시 시장 가격 상승률이 다소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나, 과거 패턴을 고려할 때 경기 회복 국면에 견조한 상승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언택트 국면 지속시 주택시장 대비 상대적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상황 인식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