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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의 세상엿보기] '8.4 공급대책'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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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부의 '8·4 공급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공공재건축 제도를 도입하고, 서울 도심에 신규 택지를 개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오는 2028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이날 대책의 골자다. 특히 한국토지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재건축에는 용적률을 500%까지 높여주고, 층수도 50층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울 태릉 골프장, 용산 옛 미군기지 캠프킴, 정부 과천청사 일대, 서울의료원 용지 등에 새로이 주택을 건설하고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부정적이다. 도심에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방향은 맞지만,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이 없고 공공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서게 되는 지역의 주거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게 비판의 주된 이유다. 당장 서울시는 민간 재건축 규제를 안 풀면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공공임대주택 예정부지로 선정된 서울 마포구와 경기도 과천시에서는 여권 인사들이 나서 '(공공임대주택 건설)우리 지역은 안된다'며 정부의 일방적 계획 발표에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정부와의 마찰 논란을 서둘러 진화했듯이 김종천 과천시장과 정청래 의원 등 여권 인사들도 반대의사를 어물쩍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과천시민들과 마포구민 등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공공재건축제도에 대해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강남의 상징적인 재건축조합들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집값 안정을 내세운 공급대책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 방식 결정과 보상을 거쳐 실입주까지 5~10년이 걸리는 데도 정부가 서울시 등 지자체와 아무런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내놓은 '8·4 공급대책'을 '졸속 대책',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2020.08.05 julyn11@newspim.com

◆ 지자체와 소통도, 설득도 못한 일방적인 대책

서울시는 정부 대책 발표에 대해 "높이 부분은 서울시 도시기본계획 틀 안에서 이뤄진다. 순수주거용 아파트는 35층까지만 된다"며 정부의 50층 허용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서울 재건축조합 중 공공 재건축을 찬성하는 곳이 전무한 상황이라 LH가 시행하는 공공 재건축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서울시는 정부의 압력을 받아서인지 '정부와의 이견은 없다'고 한발을 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5일 "서울시가 사업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공공 아닌 민간재건축 부문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추가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서울시와의 갈등 문제를 해명했다. 그는 "앞으로 서울시와 협력해 재건축 조합과의 소통 등을 통해 공공 고밀 재건축 사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소통을 하되 계획대로 하겠다는 것은 주택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달라는 서울시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예상 못한 여권 인사들의 반발에 정부가 당황했을 법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종천 과천시장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며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시장은 "정부청사 유휴지는 과천시민들이 광장으로 숨쉴 수 있는 공간"이라며 "유휴부지 개발에서 제외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마포구가 지역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임대비율 47%인 상암동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냐"는 정부대책에 대한 비판의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주민들의 항의 목소리를 듣고 기사를 통해서 알았다"며 "마포구청장도 나도 아무것도 모른 채 발표됐다. 당황스럽다"고 했다. 지역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립서비스이겠지만, 바닥 민심인 것도 사실이다. 정 의원과 김 시장은 일부 언론의 '님비(NIMBY) 현상'이라는 비판에 더 이상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주거환경 악화와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의 반발 정도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건설 사업의 추진 속도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어떻게 설득할 지 두고볼 일이다.

◆ '사업성 없는 재건축은 안하겠다'는 재건축조합

정부는 공공 재건축으로 향후 5년간 5만 가구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재건축은 사업성이 관건이다. 그런데 정부는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의 절반 이상을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기대수익률 기준 90% 이상을 환수할 예정"이라고까지 했다. "재건축 상승분의 90%를 가져가고, 이후에 집값이 오르면 또 세금으로 가져가지만, 재건축으로 손실이 나면 집주인이 부담하라는 사업을 누가 할까"라는 인터넷 댓글이 문제의 핵심이다.

서울시가 재건축조합 중 공공 재건축을 찬성하는 곳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실제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사업시행 부담이 큰 상황에서 10%의 수익을 위해 재건축에 나설 조합이 있을 지 의문이다. 여기에 주거환경의 악화도 걸림돌이다. 기부체납한 용적률 만큼 임대와 소형 주택이 건설된다면, 이를 바랄 조합은 없다는 게 재건축조합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토로다.

정부는 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조합의 반감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분양도 허용했지만 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 예외 등 기대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 사업추진의 의미가 없다는 반박에 직면해 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재건축을 통한 집값 상승과 용적률 상향으로 인한 주거환경 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이 추진하는 재건축·재개발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반면 정부는 공공이 참여하지 않는 재건축은 강남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듯 하다.

정부의 '8.4 공급대책'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시장을 이해 못한 탁상행정의 실패이며, 국민들과의 소통 실패이기도 하다. 공급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방향을 설정했다면, 시장이 움직일 만한 동기도 줘야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를 완화해야 민간이 참여할 것이다. 공공성 만 내세우고 사업성을 도외시한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julyn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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