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3월 대비 7월까지 102억달러 증가
여전한 불확실한 경제, 달러가 피난처 인식
약달러 전망 강화.."3분기 저점도달 대기"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미 달러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선 달러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대량으로 풀린 유동성을 활용해 부동산, 증시, 원자재 등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달러를 통해 향후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추세적 약달러 전망이 짙어지고 있어 환차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시중은행의 7월말 달러 예금 잔액은 490억1800만달러(약 58조5323억원)로 집계됐다. 올해 3월부터 다섯달 연속 증가해 126억5800만달러(약 15조1149억원) 늘어난 셈이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2019년 1월~2020년 7월 5대(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은행 달러예금 합산 추이 2020.08.04 lovus23@newspim.com |
앞서 3월 전 세계적으로 달러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달러 지수가 102선을 넘어섰다. 이후 각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에 나선 한편, 미국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부진한 2분기 경제실적을 나타내자 7월 달러지수는 한달만에 4%가 빠지면서 90 초반으로 하락했다. 달러지수는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스털링,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한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달러 지수가 100 이하면 달러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의미이다.
지난 3월 1300원에 육박하던 달러/원 환율도 1200원 밑으로 내려왔다. 지난 8월 3일 달러/원 환율은 종가기준 1193.4원으로 한달 전(7월초 1203.4원)과 비교해 10원이 하락한 셈이다.
달러 예금 금리는 0.2~0.3% 수준으로 수익률이 저조하다. 미래 환율 상승을 기대해 환차익을 노리고 예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현재 달러 가치가 꺾여 투자자 입장에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임에도 달러 예금은 여전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예금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포트폴리오 배분 작업으로 해석했다. 각국의 유동성 풀기로 증시, 부동산, 원자재 등 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전통적 안전자산인 달러에도 투자해 불확실성을 대비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강세에 베팅한다기보다는 최근 불확실성에 대비해 헷지하려는 수요"라며 "환율이 1200원으로 내려가면서 저점매수 수요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달러 약세 전망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어 단기적 환차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집계된 미 달러 순매도포지션은 242억7000만달러로 2011년 8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그만큼 달러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이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과 미중 갈등이 변수로 꼽힌다.
연내 달러 지수가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홍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달러 롱포지션(매수)을 취하기 보다는 달러인덱스 기준으로 94가 중요한 저점포인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분기 지나면서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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