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올해 2월 천연기념물 559호로 지정된 상주 두곡리 뽕나무의 나뭇가지 일부가 지난 7월 26일 내린 폭우로 훼손됐다. 문화재청은 찢어진 뽕나무의 가지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자연재해 앞에서 취약한 천연기념물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은 없을까.
수령 300년으로 추정되는 상주 두곡리 뽕나무는 1972년 12월 경상북도 기념물 제1호로 지정됐다가 올해 2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승격됐다. 원래 명칭은 '은척면의 뽕나무'였으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상주 두곡리 뽕나무'로 바뀌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상주 두곡리 뽕나무 전경 [사진=문화재청] 2020.02.03 89hklee@newspim.com |
올해 2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폭우 대처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상주 두곡리 뽕나무는 올해 지정되다보니 상시관리 단체가 지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확정된 2020년 예산에 올해 지정될 문화재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폭우로 인한 상주 두곡리 뽕나무 대처는 '상주 상현리 반송'(수령 400년, 천연기념물 제293호)을 관리하는 단체에서 대신했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 보호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천연기념물은 자연재해에 가장 취약하다"면서 "'천연기념물(식물) 상시관리 지침'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취약한 가지를 쳐주고 넘어질 위험이 있으면 지지대를 설치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후 IoT등 신기술 도입을 통한 천연기념물 보호와 관련해서는 "건축 문화재와 다르게 살아있는 나무는 언제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상시 모니터링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거수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생활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증표 그 차제로 의미가 있다. 상주 두곡리 뽕나무의 경우 1980년대까지 활발했던 뽕나무 양잠산업을 보여주는 지표다. 당시 상주 두곡리에서는 뽕나무 묘목을 수십만 그루 생산했고 이는 주민들이 주 소득원이었다. 상주 두곡리 뽕나무의 수관(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 폭은 동~서는 12.7m, 남~북은 16.2m에 이르는 노거수로 울창한 장관을 연출하며 매년 많은 양의 오디가 열릴 정도로 수세가 양호하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상주 두곡리 뽕나무 나뭇가지 훼손 [사진=문화재청] 2020.08.03 89hklee@newspim.com |
경북, 전남, 충남지역에 내린 집중 호우로 7월 31일 기존 13건의 문화재 피해 현황보다 1~2건 추가됐다. 대부분 성벽이나 담장의 붕괴, 토사 유실, 목조건물의 기와 탈락, 지붕 누수, 수목 전도다. 약 일주일간의 폭우로 문화재 피해는 10여건에 그쳤다.
그중, 천연기념물은 1건(상주 두곡리 뽕나무) 훼손됐지만 제4호 태풍 '하구핏'이 북상하면서 오는 5일까지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천연기념물 피해가 또다시 우려된다.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은 총 강수량이 500mm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10년 전 2010년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창덕궁에 있는 천연기념물 194호 향나무의 주 가지가 꺾인 피해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750년으로 추정된 이 향나무는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졌다.
김학범 한경대학교 명예교수는 자연재해로부터 천연기념물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학범 교수는 "자연재해에 대비해 모니터링하는게 일반적인 대응책"이라며 "태풍이나 폭우에 앞서서는 물이 잘 빠지도록 배수 처리 등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거수는 기본 100년 이상이 된 거다. 자연재해로 쉽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보은 속리 정이품송(수령 600년 추정, 천연기념물 제103호) 너무 오래돼 더이상 복원할 수 있는게 없다"면서 "다만 문화재 관리 예산이 없어 관리에 공백 기간이 있다면, 회계를 조 더 유연하게 할 필요는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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