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김준수가 뮤지컬 '모차르트!'와 함께 10주년을 맞았다. 숱한 어려움과 부딪혀왔지만, 10년을 돌아 데뷔작과 다시 만났고 더 단단해졌다.
현재 '모차르트!'에 출연 중인 김준수와 만났다. 그룹에서 솔로 가수로, 또 가수에서 무대로 옮겨다닐 때마다 비판과도 마주했지만 늘 스스로를 증명해왔다. 덕분에 김준수는 여전히 업계의 스타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 중인 김준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0.08.03 jyyang@newspim.com |
"매 공연 항상 모든 상황, 엔딩을 그대로 받아들여요. 감정에 푹 빠져서 하다보니 늘 모차르트의 인생이 기구하게 느껴지고 마음이 아프죠. 특히나 이 작품은 더 자연스럽게 울분이 나오기도 했어요. 지금은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처음엔 그런 맘이 컸죠. 이 작품을 처음 하게 된 것도 '천재'라는 것 외에 비슷한 점을 많이 느껴서였죠. 심적인 부분도 그렇고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답답한 마음이 제 피부로 많이 와닿는 인물이 모차르트예요."
김준수는 기본적으로 평소에 밝은 면도 극중 볼프강 모차르트와 닮았다고 했다. 그는 "초연 때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연기 아니고 진짜 저처럼 느꼈다"면서 모차르트와 스스로를 완전히 동일시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그냥 모차르트를 해서 좋았어요. 제 얘기 같았죠. 계속 외치는 메시지가 '왜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을까' 잖아요. 많이 와닿았죠. 그의 천재성만을 칭찬하고, 잘 돼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얘기를 계속 듣잖아요. 나라는 사람을 헤아려주지 않아 괴로워하죠. 그게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푹 빠져서 하기도 하고 연민도 많이 느껴요. 진짜 천재로만 알려져있지만 이 사람의 진짜 속내를 사실 잘 모르잖아요. 행복의 기준이 성공만은 아니예요. 마지막에 정말로 펑펑 우는 건 반반이에요. 힘들어서 우는 거랑 극에 완전히 빠져서. 두 가지죠."
2010년 '모차르트!' 초연으로 뮤지컬 무대에 진출한 김준수는 천천히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결과적으로 보람차게 잘 해왔다"면서도 매 순간이 도전이었음을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 중인 김준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0.08.03 jyyang@newspim.com |
"힘든 상황이었죠. 말 그대로 무대 말고는 뭐 하나 저를 알릴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다른 배우들은 방송에 나가도 저는 전혀 못나갔어요. 그래도 그동안 다양한 창작 작품들에 참여하고 좋은 분들을 만나서 뿌듯해요. 갈 길을 잘 왔구나 싶어 감사하죠. 그치만 다시 10년전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못하겠어요. 몰라서 닥친 일들을 하다보니 겪어내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이 결과와 과정을 모두 알고 다시 하라면 못하지 싶어요.(웃음)"
그의 말에 따르면, 뮤지컬 업계의 상황이 지금과는 또 달랐다. 현재 아이돌, 가수 출신이 뮤지컬에 도전하는 것과는 너무도 분위기가 달랐다. 그는 "왜 그러셨는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이같은 흐름이 자리잡은 데에는 김준수가 나름대로 역할을 한 부분도 있다.
"모든 게 도전이었어요. 지금 가수에서 뮤지컬로 넘어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뮤지컬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왜 그렇게 안좋게 보셨는지 이해는 해요. 그럼에도 다행히 어느 순간에는 조금은 인정을 받을 수 있어서 뿌듯했죠. 어느샌가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뮤지컬을 하는 것도 흔한 일이 됐고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죠. 잘하든, 못하든, 계속 꾸준히 작품을 하면서 제가 돈 때문이 아니라, 뮤지컬을 정말 사랑해서 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항간에는 김준수가 뮤지컬로 진출하면서 몸값을 높여놨다는 말도 돌았다. 그는 오해에 아쉬워하면서도 "출연료를 감추는 건 업계에서 개선돼야 할 일"이라고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 중인 김준수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0.08.03 jyyang@newspim.com |
"당연히 그게 너무 과하면 안되겠죠. 물론 많이 쳐줄 수 없는 구조가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어떤 예체능 분야에서 이렇게 숨기나 싶어요. 운동선수도 연봉으로 말하고 드라마 출연료도 회당 얼마씩 받죠. 왜 무대에선 숨기고 감춰야 하는지 그런 분위기가 안타깝긴 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시장이란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에요. 어쨌든 선순환 구조가 돼서 가용범위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당당하게 이력처럼 얘기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좋겠어요. 물리적으로 안되는 걸 해달라는 게 아니에요. 더 발전하길 바라는 거죠. 누가 얼마를 받는 게 흠처럼 여겨지는 업계는 거의 없죠. 한국 뮤지컬이 더 많이 사랑받아서 인식이 바뀌면 좋겠어요."
김준수는 최근 TV조선 '미스터트롯'에 멘토로 출연하며, 오랜만에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어려운 길을 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뤄놓은 것들은 분명히 있다. 김준수는 그 길을 함께해준 이들이 기적을 이뤄줬다고 고백했다.
"'촬영하는데도 믿기지가 않았죠. TV로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저 아직 이렇게 있다고 보여드린 것에 만족했죠. 또 굉장히 잘 돼서 감사했고요.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참 좋겠어요. 요즘도 많은 후배들이 무대로 진출하는데, 저는 이것 뿐이었어요. 마지막 남은 칼 한자루였고, 갈고 닦고 꼭 쥐고 있어야 했죠. 어차피 할 거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꾸준히 계속 노크하고 두드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믿어주는 분들이 생기죠. 제가 지치지 않고 온 이유는 딱 하나예요. 관객들과 팬들이 키워준 배우이자 가수, 그게 저죠. 관객의 사랑 덕분에, 기적같은 일이 여기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