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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까지 참전한 새벽배송...'원조' 마켓컬리 돌파구는?

기사입력 : 2020년08월03일 06:33

최종수정 : 2020년08월03일 06:33

마켓컬리, 최근 2300억원 자금 확보...물류센터 건립 속도
수익성 개선보단 외형 확장에 초점...올해 매출 2배 증가할 듯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새벽배송 시장이 전통적인 유통 강자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까지 참전하며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새벽배송 시장을 키운 마켓컬리는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응수에 나섰다. 올해 들어 김포 물류센터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루 주문처리 건수를 늘리고 배송 물량을 처리하는 속도를 높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마켓컬리도 최근 잇달아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 수혈에 나서며 본격 점유율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사진=마켓컬리]

◆마켓컬리, 2300억원 자금 확보...물류센터 건립 속도

3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최근 총 23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 5월에는 2000억원 시리즈 E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자금을 수혈했고 최근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300억원을 대출받았다. 현재까지 총 투자금액은 4200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의 대내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번 투자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1조원대로 인정받았다.

새벽배송 시장을 키운 것은 마켓컬리다. 새벽배송의 원조 격인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으로 시장에 진입한 이후 줄곧 몸집을 키워 왔다. 매출은 시장에 진출한 첫 해인 2015년 29억원에서 2018년 1800억원으로 고속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3배에 가까운 42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 수익성은 날로 악화일로다. 2015년 54억원을 적자를 낸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에는 986억원의 손실을 냈다. 창립 4년 만에 적자가 18.3배 불었다. 순손실도 976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마켓컬리 실적 추이. 2020.07.29 nrd8120@newspim.com

마켓컬리가 실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실적 부진과 관련이 깊다.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면서 수년간 끊임없이 제기됐던 매각설을 정면 돌파하고 외형 성장을 기반으로 재도약을 꾀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성 개선보다는 '규모의 경제 실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올해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자금 사용처를 살펴보면 마켓컬리의 이러한 외연 확장 전략이 잘 드러난다. 내년 초 가동 예정인 김포 물류센터 구축에는 2000억원에 달하는 시리즈 E 투자금을 투입한다.

김포 물류센터는 현재 물류센터 면적의 두 배가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이에 하루 주문 처리물량도 기존의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현재 마켓컬리는 서울 장지(상온·냉장), 경기 화동(냉동), 경기 죽전(상온) 등에서 4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여기서 처리되는 주문 건수는 하루 평균 7만건 정도다.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이 온라인 전용배송센터인 네오(NE.O)에서 처리하는 하루 평균 배송 처리건수가 2만건인 점을 고려하면 마켓컬리가 3.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작년 말 판매상품 기준으로 8350만개 상품을 소화했다.

또한 마켓컬리는 김포 물류센터를 가동하면 서울 서부지역(인천 전지역, 경기 김포 등)의 주문처리 속도 등 배송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처는 물류다. 최근 들어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가 높은 점도 큰 영향을 줬다. 주문 처리 속도가 높아지면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바잉 파워'(buying power, 구매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이는 이익 창출로 이어져 수익 개선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 추이. 2020.07.29 nrd8120@newspim.com

수익성 개선보단 외형 확장에 초점...올해 매출 2배 증가할 듯

특히 새벽배송 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신세계·롯데 등 유통 대기업이 진출한 데 이어 이달에는 현대백화점이 새벽배송 전쟁에 참전했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대상이다. 기존에 이커머스 업체뿐 아니라 TV홈쇼핑 등까지 대부분의 유통업체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이미 과당경쟁 체제에 진입한 상태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 등 출혈경쟁으로 흑자를 내는 사례는 보기 드물다.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은 누적 적자 규모가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7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 구색도 강화에 나선다. 올해는 상품 선정 노하우를 반영한 PB 상품 '컬리스'의 단독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2월 내놓은 '컬리스 동물복지 우유'에 이어 지난 5월 'R15 통밀 모닝롤', '동물복지 유정란'을 잇달아 출시했다. 동물복지 우유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1만개를 돌파하고 우유 상품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서비스 지역 확대에는 선을 그었다. 샛별배송은 현재 수도권 전역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새벽배송 수요가 대도시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서비스 지역 확대보다는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마켓컬리의 올해 연간 매출은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대비 배 이상 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결제액이 414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한해 거래액 4290억원과 맞먹다. 올 하반기도 이런 추세대로라면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물류 내재화와 고객 유치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지난해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며 "다만 고객의 주문 증가와 함께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수익성은 점차 좋아지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야외 외출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전년 대비 주문 건수가 2만건이나 늘었고 주고객층이 아닌 5060세대 고객도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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