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다큐멘터리를 지지하지 않으면 폭발물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한 인질범과 협상을 벌인 끝에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고 13명의 인질을 구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볼린 주 투츠크 시에서 특수부대원들이 버스 안의 인질들을 구출하고 있다. 2020.07.21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보도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볼린 주(州) 루츠크 시의 버스에서 12시간 동안 인질로 잡혀있던 13명 전원이 무사히 풀려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인질범과 전화 협상을 하고 범인의 요구에 동의한 뒤다.
인질범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다큐멘터리 '어슬링스'(earthlings·2005년)을 홍보·지지하지 않으면 버스를 폭파하고 투츠크의 다른 인구 밀집 지역에서 폭발물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했다. 헐리우드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나레이션을 맡은 어슬링스는 인간의 종차별주의의 부당함을 비판하고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다큐멘터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질 구출을 위해 7~10분 동안 인질범과 전화 통화를 갖고 다큐멘터리를 지지하라는 요구에 동의한 뒤 페이스북에 6초 분량의 관련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 밖에 인질범은 대통령에게 다른 요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범의 이름은 마크심 크라이보쉬(44)로, 그는 교도소 복역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질범은 시내 다른 곳에서도 폭발을 일으키겠다고 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버스 공격을 개시할 선택지를 갖고 있었지만, 공격 중에 인질들이 목숨을 잃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인질범에게 임산부 등 3명을 먼저 풀어달라고 설득했고, 그가 3명을 내보내기로 한 뒤 영상을 녹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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