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역설'...5성급 호텔에 내국인 북적
파라다이스시티는 외국인 카지노 매출이 75%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호텔 및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시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전례 없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국내 호텔에 내국인 고객들이 붐비고 있으나, 파라다이스시티는 외국인 카지노 매출 비중이 75%에 달하는 사업 구조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급감에 매출 '뚝'...6개월차 직원부터 희망퇴직
15일 카지노 사업과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 세가사미에 따르면 파라다이스시티는 지난 10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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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사진=파라다이스그룹] |
이번 희망퇴직은 근속연수 6개월 이상부터 20년차 직원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자는 4개월 기본수당에 근속연수에 따른 가산금을 지급받게 되며 오는 9월10일자로 퇴사 처리된다.
희망퇴직 규모는 정해져 있지 않으나 6개월차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대규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파라다이스시티 전 직원은 용역직을 제외하면 약 1500명 수준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이달부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임원 20% 퇴진 ▲전 직원 유·무급 휴가 확대 ▲파라다이스시티 장기 무급휴가 검토 등이 그 내용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의 경영난은 코로나19로 카지노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던 지난 3월23일부터 4월19일까지 전국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장을 모두 휴장했다.
정상영업 이후에도 작년과 같은 매출 수준은 기대하기 어렵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사인 파라다이스가 운영하는 서울·부산·제주 카지노의 5월 매출은 29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절반 감소했다.
파라다이스시티의 카지노 매출 의존도는 파라다이스보다 더 높다. 인천 1곳에서 카지노 사업장을 운영 중인 파라다이스시티는 작년 기준 카지노 매출이 전체의 75%에 달한다. 동일 기준 파라다이스는 42% 수준이다.
파라다이스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여러 사업장을 휴장하게 되면서 유동성이 매우 악화됐다"며 "카지노 산업은 외국인 전용이다보니 관광객 급감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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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라호텔 내 수영장 [사진=호텔신라] |
◆휴가철 한숨 돌린 호텔업계..."제주 호텔은 작년 수준 예약률"
호텔 및 레저 사업만을 영위하고 있는 호텔 체인들은 내국인 투숙객이 늘어나며 한숨 돌린 상태다. 서울 소재 호텔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은 아니나 '호캉스'(호텔+바캉스) 수요가 늘었다.
서울신라호텔은 7~8월의 예상 투숙률이 전월 대비 약 6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선보인 프라이빗 카바나·루프탑 상품, 객실 엔터테인먼트 상품이 인기를 끌며 투숙률 신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텔롯데의 럭셔리 호텔인 서울 시그니엘도 주말 투숙률이 90%에 달한다.
제주는 국내 여행객들의 발길로 작년 수준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롯데호텔 제주의 7월 예약률은 제주행 항공편 축소 및 방문객 감소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75% 수준이다. 7월말이 되면 전년도의 80%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8월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은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부산의 경우 5성급 호텔들의 잇단 그랜드 오픈으로 호텔 업계 각축장이 됐다. 최근 롯데가 시그니엘 부산을 오픈했으며 신세계는 그랜드조선 부산 내달 오픈을 앞두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숙객들은 해외 여행처럼 호텔을 미리 예약하지 않고 여행일에 임박해서 숙박 예약을 하는 상황"이라며 "여름 휴가객이 몰리는 성수기인 8월 초중순 기간에 제주나 부산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