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진화되지 않으면서 지구촌 경제의 재개방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V자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또 다른 요인으로 중국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경기 침체에 빠진 글로벌 경제의 회복 과정에 이른바 중국 효과가 실종됐다는 것.
강력한 회복을 이끄는 중국의 동력이 빠지면서 팬데믹 사태로 인한 이번 경기 하강 기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 위안화 [사진=신화 뉴스핌] |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위기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중국이 올해 지구촌 경제의 침체 회복 과정에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12년 전 금융위기 당시 두 자릿수의 성장을 연출하며 원자재부터 필수 소비재까지 수요 증가를 이끌었던 중국이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2분기에도 간신히 확장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과거와 다른 산업 구조의 변화도 글로벌 경제가 중국에 기댈 수 있는 여지를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저항력을 보이고 있지만 주요 산업이 국내 조달에 의존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이 때문에 국제 교역이 위축되는 한편 중국 경제 회복이 해외로 선순환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독일 소재 ebm-papst 그룹의 토마스 뉴버거 중국 부문 대표는 WSJ과 인터뷰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중국이 전세계 경제의 회복을 이끌어내는 시나리오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상당수의 중국 기업들이 위기를 맞았고, 소비자와 기업들의 강한 경계감이 중국 경제 회복조차 더디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이 1% 성장을 기록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분기 중국은 6.8%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중국 효과의 부재로 인한 파장은 주요국의 역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IMF는 미국과 독일, 일본 경제가 올해 일제히 5%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와 아일랜드산 돼지고기 등 일부 품목의 수입을 늘리는 상황이지만 과거와 같은 경기 반등 효과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대립각 역시 세계 1~2위 경제국의 디커플링과 지구촌 경제의 한파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무역전쟁에 이어 홍콩보안법을 둘러싼 마찰이 번지면서 미국 대학부터 부동산 시장까지 중국 자금에 의존하던 시장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국의 수요가 아쉽기는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호주산 랍스터의 90%를 중국에 판매하는 제럴드턴 피셔맨은 지난 4~5월 중국 수요가 일시적으로 살아났다가 6월 다시 꺾였다고 전했다. 팬데믹 사태 이전 수준으로 수요가 회복되는 데 6~12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태국 역시 주요 업계가 고전하고 있다. 원자재를 포함해 중국 수출이 마비되면서 태국 경제는 올해 8%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 역시 중국의 차 시장 판매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중국 승용차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10%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대형 농기계 업체 KGaA mbH의 울프람 에버하트 대변인은 "중국은 더 이상 성장 엔진이 아니다"라며 "중국 수요 부진에 전세계 농기계 업계가 커다란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과거 중국의 역할을 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 경제 재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기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