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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폐냉장고부터 신발까지'…바다에는 없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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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아~ 바다 보니까 기분 좋다" 깔깔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2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앳된 커플들이 바다 구경을 하고 있었다. 바다 냄새를 맡고 싶다며 마스크를 턱으로 내리다 한쪽 끈이 끊어지면서 바람과 함께 바다로 흘러갔다. 커플은 당황한 모양이었다. 바닷물에 들어간 마스크를 어떻게 집냐고 그러고는 해수욕장을 빠져나갔다.

커플들이 버리고 간 '저 마스크는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잠시, 더 먼 곳으로 흘러가기 전에 주워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소금기를 머금은 마스크를 맨손으로 집는건 굉장히 찝찝했다. 평소였으면 속으로 저 커플들을 욕하고 말았을거다. 하지만 그날은 마스크를 주워야겠다는 계기가 있었다.

해변에 조개 대신 마스크가 바다 풍경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7.10 kh10890@newspim.com

해외의 환경단체가 올린 사진 한 장을 봤다. 마스크가 해파리처럼 바닷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이 단체는 "이제 곧 죽은 해양생물 뱃속에서 마스크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줍는데 30초.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조개 대신 마스크…바다 풍경의 한 축이 된 쓰레기

지난 주말 찾은 여수 웅천해수욕장. 화창한 날씨와 바다 내음을 머금은 잔잔한 파도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한폭의 그림 같았다. 하지만 멀리 둔 시선을 해변가로 향하자 그림 같던 풍경은 자취를 감췄다. 백사장 곳곳에는 조개 대신 마스크가 바다 풍경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마스크들을 한 장씩 줍다보니 30여분만에 10여장을 주웠다. 바다에 휩쓸려 가기 전에 내가 먼저 주워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누가 해변에 마스크를 왜 버렸는지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지만 이들이 버린 마스크는 자칫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바닷속 어디론가로 사라질뻔 했다.

해수욕장은 아직 개장하지도 않았는데 30분간 주운 마스크가 이정도다. 개장하면 버려지는 마스크가 얼마나 더 많아질지 가늠도 안간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7.10 kh10890@newspim.com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는 1300만t에 달한다. 이미 흘러 들어간 것만도 1억t이 넘는다. 이로 인해 최소 600종의 해양 생물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여기에 폴리프로필렌(PP) 등 플라스틱 소재와 부직포 직물로 만들어진 마스크 및 장갑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해양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1년간 5000여t의 쓰레기 수거

해양쓰레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육지서 흘러온 다양한 위생용품까지 바다로 유입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사람들의 인식도 문제다. 죽은 고래 내장에서 수천개의 플라스틱이 나왔다거나 물고기들이 비닐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었다가 죽은 모습들을 보고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만, 그 쓰레기를 우리가 버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보고도 '누군가 치우겠지' 하면서.

바다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지, 바닷속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가라앉아 있는지에 대해선 외면한 채 그저 바다 위 아름다움만 보고 있는 것을 마냥 방관할 수 없었다. 직접 보고 싶었다. 바다가 얼마나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지.

청항선 선장실에서 본 여수 바다. 저음이 멋있는 조경훈 선장님이 항로를 따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한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7.10 kh10890@newspim.com

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해양환경공단 여수지사에서 취재를 돕겠다고 했다. 8일 오전 청항선(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배)에 올랐다. 선박의 안전한 운항과 항만환경 개선을 위해 바다 위 부유 쓰레기를 청소하는 청소선으로 '바다 환경지킴이'로도 불린다.

배테랑 조경훈 선장(기자와 이름이 똑같다·TMI) 안내로 여청호(청항선)에 올라 해양쓰레기 순찰에 나섰다. 바다는 날씨 변덕이 심해서 오전에 순찰을 해야한다고 했다. 오후에도 파도가 잔잔하거나 쓰레기가 많으면 추가적으로 순찰을 돈다고도 했다.

해양환경공단은 지난해 4870t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여수 지사에서는 지난해 227t을 수거했다. 2016년 건져낸 쓰레기가 123t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수 해양쓰레기는 3년새 2배 가량 늘어났다. 그마저도 건져낸 양이 이정도다. 바닷속 깊은 곳으로 가라 앉았거나 어디론가 떠내려간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쓰레기는 고스란히 바다 어딘가에 남아있게 되는 셈이다. 

◆ '폐냉장고부터 신발까지' 바닷속엔 없는 게 없다

조그마한 쓰레기라도 선박 프로펠러에 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최대한 빨리 수거하고 있다고 했다. 물살 때문에 쓰레기를 줍기가 쉽지 않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7.10 kh10890@newspim.com

여수 낙포부두에서 청한선을 타고 출발한지 10분이나 됐을까. 테이크아웃 커피잔, 페트병 등이 둥둥 떠다녔다. 박혜숙 해양환경공단 과장은 저런 쓰레기들은 배 타고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라고 했다. 심지어는 문짝이 다 뜯어져 사용 불가능한 폐냉장고도 바다에서는 수시로 발견된다고 했다. 특히 태풍이라도 오면 바다가 쓰레기 띠를 형성할 정도로 육지에서 엄청난 쓰레기가 휩쓸려 온단다.

청항선을 이끌고 순찰을 돌며 쓰레기를 치우기도 하지만 어선들이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통해 신고를 하기도 한다. 작은 쓰레기라는 프로펠러에 걸려 고장을 일으킬수도 있고 대형쓰레기는 자칫 선박 사고로 이어질수도 있어서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출동해 1시간 이내로 처리한다고 했다.

청항선을 이끌고 항만 근처를 순찰하다 보니 신발 한짝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 신발을긴 꼬챙이 같은거로 건져내면 되겠다 싶었는데 물살 때문에 조그마한 신발 한짝도 줍는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꼬챙이로도 줍기가 힘들때는 청항선의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건진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배와 달리 뱃머리 가운데가 갈라져 있다.

신데렐라도 바다에는 신발을 버리진 않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0.07.10 kh10890@newspim.com

개폐가 가능한 선수 부분이 열리면 프로펠러를 가동해 선수 인근의 부유 쓰레기를 모으게 되고, 이를 컨베이어 벨트로 배 안에 모으게 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물살 때문에 끌어올리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신발 하나 건져올리는데도 3명이 동원됐다.

그렇게 계속해서 쓰레기를 주웠다. 매일 같이 쓰레기들을 줍는 기관사들도 바닷물의 무게까지 더해진 쓰레기들을 줍는건 옷이 땀범벅이 될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다. 그래도 이날은 쓰레기가 적은편이라고 했다. 박 과장은 "취재해야 하는데 쓰레기가 많이 없어서 어떡하냐"며 "날짜를 잘못 잡은 것 같다"고 머쓱해 했다. 그러면서도 바다가 깨끗해야 좋은거라고 했다.

◆ 플라스틱의 역습…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플라스틱은 전 세계 해양쓰레기의 80%로 추정된다. 해양생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미세 플라스틱(1㎛~5㎜ 미만)은 인간에게도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육상이나 하천에서 유입되거나 폐어구, 폐부표 등으로부터 발생되는 플라스틱이 전 세계 바다를 떠돌고 있다.

1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는 연간 18만t으로 추정된다. 그 중 해양환경공단을 비롯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수거하는 쓰레기는 절반에 못 미치는 9만여t에 그친다.

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선원들 [사진=전경훈 기자] 2020.07.10 kh10890@newspim.com

유입량보다 수거량이 한참 못 미치다 보니 바다에는 매년 수만톤의 해양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해양수산부 해양쓰레기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남 바다 쓰레기 수거량은 2015년 1만 7105t, 2016년 2만 3500t, 2017년 2만 1059t, 2018년 3만 3922t이다.

전국적으로는 2015년 6만 9000t, 2016년 7만 840t, 2017년 8만 2175t, 지난해 9만 5632t이 수거됐다.

문제는 해양쓰레기 중 70~80%가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이란 점이다. 해상에서 해양폐기물이 분해되는 시간은 스티로폼 부표 80년, 알루미늄 캔 200년, 플라스틱병 450년, 낚싯줄은 600년이 지나야 소멸한다.

육지가 아니다. 바다다. 태풍이 오면 다양한 쓰레기들이 밀려온다.[사진=해양환경공단 여수지사] 2020.07.10 kh10890@newspim.com

해양생물들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삼킨 뒤 죽기 일쑤다. 이 플라스틱은 수년이 지나도 다 분해되지 않고 지름 5㎜ 미만 미세플라스틱이 돼 바다를 오염시킨다.

우리는 미세플라스틱을 삼킨 물고기나 조개를 사람이 다시 먹고 인체에 플라스틱이 축적돼 환경질환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셈이다.

물고기 배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 조각. 바다에 버린 쓰레기는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사진=그린피스] 2020.07.10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인류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구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건강을 지켜왔다. '웰빙' 바람을 타고 몸에 좋다는 음식들은 다 먹었고,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산·바다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힐링·욜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에서 바다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는거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연구진은 한국인 식습관을 보여주는 통계 지표를 활용해 계산해보니 1인당 연간 미세플라스틱 212개를 먹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내가 바다에 직접 쓰레기를 안버린다고 해서 끝나는게 아니라는거다. 쓰레기는 모두 우리가 버린거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바다에 있는 방대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누군가는 "그럼 어쩌라는거냐"라고 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해양 생물뿐 아니라 우리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가기 때문이다.

분리되는데 450년이나 걸리는 플라스틱을 계속해서 애초에 쓰지도 않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두 번째로 좋은 방법은 제대로 분리해서 재활용을 하는거다.

오늘도 해수욕장에는 몰래 버리고 가는 쓰레기들로 가득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끝이 아니다.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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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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