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자금 투자 대가로 명품가방·시계 등 제공받아"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로 11억원 손실 회피 혐의
"금품 수수 사실 인정...주식 매각 관여 안해"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약 1조6000억원 피해를 발생시킨 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 중단 사태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첫 재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이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이날 "명품 가방 1개를 제외하고는 금품수수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않는다"면서도 "직무관련성이 존재하느냐 여부, 전환사채 매수 청구권과 관련해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이익 계산 방식이 맞는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했다.
특히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혐의에 대해서는 "라임에 재직하면서 주식 매각 여부, 매각 시기, 매각 금액 등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아왔다"며 "주식 매각에 관여한 행위 사실이 없으므로 죄책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박모 전 리드 부회장으로부터 투자 청탁을 받고 라임 자금 300억원을 리드 전환사채 납입대금으로 집행했다. 그 대가로 이 전 부사장은 지난 2017년 939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 2개와 2340만원 상당의 고급 시계 등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4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아우디, 밴츠 차량을 제공받아 1억1198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혐의도 있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 2018년 6월 리드 전환사채 매수 청구권을 무상으로 부여받은 뒤 58만주 상당의 리드 주식 전환사채를 6억원에 매입해 차액 약 13억원의 이익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공범 김모 씨에게 라임이 보유하고 있던 관련 상장사 주식을 전량 매도하도록 지시해 11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하기도 했다.
현재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 사기 판매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를 추가로 받고 있다. 검찰은 추가 기소 시점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최대한 신속히 기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기는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 전 부사장에게 각종 금품을 제공한 박 전 부회장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할 뜻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혐의에 대해 먼저 심리할 방침이다. 이 전 부사장에 대한 재판은 22일과 내달 28일 각각 예정됐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도피하다 5개월만인 지난 4월 23일 서울 성북구 한 거리에서 체포됐다. 그는 '라임 배후'로 일컬어지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 회장과 함께 도피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 사태'는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이 펀드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펀드를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결국 1조6000억원 상당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고, 4000여명이 피해를 봤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