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그것이 알고 싶다'가 영구미제 사건인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27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제주도에서 죽은 채 발견된 검사 출신 변호사의 죽음을 조명한다.
1999년 11월 5일 새벽, 한 남자가 자신의 차량에서 피를 흘리며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남성은 제주 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 변호사 이 씨였다. 수재로 유명했던 그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제주도는 물론 전국을 발칵 뒤집었다.
범인은 예리한 흉기로 이 변호사의 흉골을 뚫고 심장을 찔러 살해했다. 당시 수사기관에서는 피해자가 순식간에 제압된 것으로 보고, 우발적인 살인보다는 치밀한 청부살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제주도의 모든 검사와 형사들이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이 사용한 흉기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2014년 11월 4일, 공소시효가 지나면서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SBS] 2020.06.26 jyyang@newspim.com |
제작진이 이 사건을 재조명한 건 한 통의 제보 메일이 시작이었다. 제보자는 "문제가 있어 손을 봐야 하는데, 다리에 한두 방 혼만 내줘라. 이렇게 오더가 내려온 거다"란 알쏭달쏭한 말을 건넸다.
지난해 10월 해외 모처에서 만난 제보자는 제작진에게 4시간이 넘도록 사건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제보자는 바로 자신이 이 사건의 살인교사범이라 주장했다. 그는 제주지역 폭력조직 '유탁파' 두목의 지시로 범행을 계획했고, 같은 조직원 '갈매기'가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표창원 교수는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거나 꾸며내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제보자의 구체적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지난 9개월 동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취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이 변호사는 부정부패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서는 정의로운 사람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검사 시절 생활고를 못 이겨 물건을 훔친 피의자에게 차비를 주며 고향으로 돌려보냈고, 억울한 사람을 위해서는 무료 변론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제주 4.3사건의 법적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강단에 올랐으며, 1998년 제주도지사 선거 때는 한 후보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청년의 양심선언을 돕기도 했다.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는 "이 변호사가 양심선언 사건을 추적하지 않았더라면 저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양심선언한 청년은 기자회견 이후 잠적해버렸고, 이 변호사는 부정선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선거 관계자들은 당시 제주지역 폭력조직 '유탁파'가 지역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영구미제사건으로 종결된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27일 밤 11시10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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